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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Jun 29. 2022

실패 경험이 추가되었습니다.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사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바로 옷이다. 휴대폰에 쇼핑몰 어플을 몇 개 깔아 놓았지만 정작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온라인으로 옷을 샀다가 실패해서 다른 사람에게 줘버린 일이 많아서다. 뭐, 선물하는 셈 치고 입지도 않은 옷이 주인을 찾아가면 기쁘면서도 조금은 아쉽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만 인터넷으로 옷을 산 실패의 경험은 그냥 실패의 경험으로 남을 뿐 나에게 큰 득이 되지 못한다. 

     

나의 이런 사정을 아는 언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옷을 입어보고 사라고 하지만 옷을 입어보기만 하고 사지 않으면 미안함 마음이 들어서 선뜻 그러기가 쉽지 않다. 사람을 피해서 간 시간에 옷가게에 나만 덜렁 있으면 옷을 부채 펴듯 착 하고 쳐다보다 그냥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지 말아야 하면서도 이상하게 유독 옷 가게에 가면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간 기분이 든다.     


날씨가 더워지니 교복처럼 입고 타니는 레깅스에 긴 티셔츠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바람이 잘 통하는 원피스가 간절했다. 며칠을 고민해서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스타일의 원피스를 골랐다. 초록색과 검은색의 두 색상이 있었는데 여름이라서 초록색을 골랐다. 나의 선택에 확신이 서지 않아서 순수한(?) 아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역시 아들도 초록색을 골랐다. 초록색 바탕에 흰색 꽃무늬가 있는 원피스.      


주문을 하고 3일 정도를 기다리니 기다리던 원피스가 도착했다. 비닐로 잘 포장되어 있는 원피스를 꺼내어 바로 입었다. ‘어라, 이게 뭐지. 마네킹이 입었을 때는 산뜻하면서도 뭐랄까. 딱 원피스가 만들어내는 느낌이 났는데....’ 기름과 물이 섞이지 않는 듯 옷이 나의 몸에서 붕 뜬 모습이었다. 전신 거울에 나의 얼굴을 가려 사진을 찍고, 자매 단톡방에 사진과 함께 옷이 어울리는지를 물어보았다.

     

‘잘 모르겠는데. 이상 한대. 직접 봐야 알 것 같아.’     


내가 원피스를 입고 느낀 생각이 자매들의 문자로 드러났다. 초록색 원피스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아들의 의견을 물었다.      


“엄마, 음. 좀, 아줌마 같아. 그냥 예쁘다고 생각하면 예쁘겠지.”     


칭찬은 아닌 이상한 대답이었다. 아줌마. 예쁘다고 생각하라고. 아들의 말을 풀이하자면 예쁘지 않으니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입으라고 뜻이었다. 나도 실망, 자매들의 대답도 실망, 남편의 반응만 남아있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온 남편에게 씻지 말고 기다리라고 부탁하고 새로 산 원피스가 어떤지 물었다.      


“자기야, 자기는 청순과는 거리가 좀 있잖아.”     


허걱, 가장 센 반응이었다. 아들보다 해맑게 웃으면 대답하는 남편. 악의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악의를 불러 일으키는는 딱 그런 대답이었다. 하루 종일 원하는 대답을 듣지를 못해서 새로 산 원피스는 얼른 벗어 옷걸이에 탁 걸어두었다. 가끔은 소유하고 있지만 내 것이 아니라고 드는 것들이 있다. 바로 초록색 꽃무늬 원피스.     

또다시 나를 떠날 원피스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온라인 쇼핑 실패 경험 1이 또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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