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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Jun 30. 2022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싶으세요? “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싶으세요? “     


함께 독서모임을 하는 분이 내게 질문했다. 순간 머릿속에 많은 단어가 떠올랐다. 파사삭 떠오른 단어가 사라지고 결국 하나만 남았다. 좋은 언어습관. 누군가 나에게 입력해 놓은 것이 아니었지만 제일 먼저 떠올랐다.      


평소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행동이 결정되기도 한다. 말의 힘을 믿는 나로서는 아이에게도 말의 힘이 삶을 지탱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평소 좋은 언어습관을 가졌냐고 묻는다면 ‘노력하고 있습니다’가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다. 입에 질척하게 붙어 있는 단어 하나를 바꾸는데 얼마나 힘든지를 늘 느낀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좀 거친 표현을 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왜 그랬어?’가 제일 먼저 튀어나왔다. 왜로 시작해버리면 아이는 더 실수를 감추려고 하고, 더 주눅이 든 행동을 취해서 나를 더 화나게 만들기도 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내가 선택한 단어는 ‘괜찮아’였다. 이 단어가 자동적으로 나오기까지 6개월이 넘게 걸렸다. 그 6개월도 집안 곳곳에 ‘괜찮아’를 적어서 붙여 놓아 가능했다.      


  버릇 여든까지 간다.’ 새로운 표현을 체득할 때마다 떠오르는 속담이다. 어제는 내가  좋은 언어습관에 약간의 집착을 보이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지금의 나의 성격을 보면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엄마를 피곤하게  사춘기를 보냈는지 짐작을 하지 못한다. 정말 중학교 3학년시절은 내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기이다. 그당시 학교에서는 무난하게 생활했지만 평소에 심부름을 시키시면 ‘저기, 거기, 퍼런 ,’등으로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시고, 실수하면 핀잔을 주는 엄마의 말하는 방식에 반발심이 생겼다. 1 동안 엄마한테 먼저 말을 거의 걸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아이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말아야지를 다짐했었다.     


지금은 엄마와 나와의 거친 추억으로 기억되지만 그 당시의 여파가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준걸로 여겨진다. 이런 나의 마음과 달리 얼마 전에 머리가 띵한 일이 있었다. 평소에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 남편이 내가 아이에게 말할 때 ‘여기, 저기 등등’ 두리뭉실하게 표현한다고 했다. 사춘기 때 내가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을 내가 그대로 하고 있었던 거였다. 누군가는 이 일이 별거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엄청나게 크게 다가왔다.   

  

대를 이어서 이어지는 것이 바로 말하는 방식이다.   

     

내가 고쳤으면 하는 나의 언어습관이 내 아이를 통해 나오면 기분이 오싹해진다. 먼 훗날 아이의 아이에게 전해질까 봐. 완벽한 엄마, 완벽한 아이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좋은 것이 있다면 노력을 해서 바꾸고, 전해주고 싶은 좋은 엄마, 좋은 아이가 되기를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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