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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Nov 28. 2023

한 그릇 요리 vs 뷔페

우리 가족에게는 매주마다 빠지지 않고 진행하는 신성한 의식이 있다. 돌아가면서 먹고 싶은 외식메뉴를 정하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구시렁(?) 거리지 않고 따라가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시작했는데, 남편, 아들, 나 순으로 돌아가다 보니 몇 달이 지난 후에는 색다른 메뉴가 아닌 같은 메뉴를 고르게 되었다.


남편은 뷔페, 양꼬치, 마라탕, 아들은 치킨, 피자, 돈가스, 짜장면, 나는 한식으로 거의 고정된 패턴으로 돌아갔다. 남편은 아들이 좋아하는 것은 다 좋아하고, 아들 역시 마라탕을 뺀 나머지는 아빠의 선택을 언제나 좋아했다. 그렇다면 남은 나의 선택은 언제나 남편과 아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이 두 남자는 집에서 먹을 수 있는 한식은 외식 메뉴로 적합하지 않다고 늘 불평을 해댔다.


 분명 각자의 선택에 대해 토를 달지 않기로 약속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선택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다른 선택을 유도하는 심리전을 펼쳤다. 그래서 몇 달간은 외식하는 것이 지겨워서 치킨만 일주일에 한 번씩 시켜 먹어왔다.


어제는 남편이 반차를 내고 일찍 와서 이번주가 본인 차례이기 때문에 외식을 하자고 제안했다. 한식 마니아인 동시에 뷔페보다는 한 그릇 요리를 좋아하는 나는 비빔밥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지만, 처절하게 두 남자의 반대를 받았다.


두 남자는 뭐라고 속닥거리더니 '애슐리'를 가자고 제안했다. 아, 애슐리.... 나는 이 음식, 저 음식이 섞여서, 내가 뭘 먹은 지 헷갈리는 메뉴는 고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뷔페를 싫어해서 나를 빼고 두 남자가 뷔페를 가도 1도 서운함을 느끼지 않는다.


 '애슐리'를 가자는 말에 순간 '헉' 했지만, 일찍 퇴근해서 기분 좋은 남편과 '뷔페'라는 말을 듣고 신난 아들, 이 두 남자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기쁜 듯 허락(?)을 했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가끔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고, 하기 싫어도 좋은 척을 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듣고 있나요?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시는 분들!)


디너 타임 오프런을 하자는 아들과 남편의 제안에 점심이 소화되지 않는 배를 부여잡고 애슐리를 향했다. 25,900원을 내고, 많아야 두 접시 밖에 먹지 못하는 나의 위가 한심스러웠다. 유명 먹방 유튜브처럼은 아니더라도 애슐리에 갔으면 4 접시라도 먹고 와야 하는데 기껏해야 두 접시이니....

애슐리에 도착해서 접시에 담아 온 것을 보고 아들과 남편은 말한다.


"엄마는 풀 먹으러 왔네."

"다른 것 좀 먹어봐."


두 사람은 각종 초밥과 튀김, 고기, 쌀국수, 메밀국수등을 수없이 가져와서 먹기 시작했다. 애슐리에 와서도 샐러드로 시작하는 나를 보고 아들과 남편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상관 말게, 두 남자들이여. 내 혈관은 그대들 보다는 깨끗할 것이니.'


야채를 거부하는 두 남자들에게 많이 먹기 위해서는 야채를 먹으면 도움이 될 거라고 이야기해 주니, 이유는 묻지 않고 더 먹기 위해서 야채를 두세 번은 받아먹었다.


'아, 단순한 두 남자. 가끔은 조련(?) 하기 쉬운 두 남자, '


순식간에 많은 양을 먹어 치운 남편은 휴식을 취한 후 2차전을 돌입하고 끝냈고, 아들은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나는 뜨거운 차 한잔으로 마무리를 했다.

(달라도 우리는 너무 다르다.)


오늘은 많이 먹는 것을 성공했다면 누구의 배가 더 나왔는지 만져보라는 두 남자. 이 둘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난 조용하지만 힘주어 말한다.


"다음에는 나 빼고 두 사람만 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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