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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Dec 08. 2023

아들의 특이한 취향(?)

 아들의 음악취향과 영어 학습법

요즘 아들의 등교시간이 빨라졌습니다. 1분씩 줄더니 이제는 10-15분 정도 일찍가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왜 이리 빨리 가냐고 물었습니다.


"엄마, 내가 제일 먼저 가면 교실에 아무도 없어. 조용한 교실에서 어제 빌려 온 만화책 읽는 게 제일 좋아."


저를 닮았나 봅니다. 시끄러운 소음이 있는 것보다는 적막함을 좋아하는 편인데, 아들도 그런가봅니다. 유튜브에서 음악을 고를 때도 '잔잔한 음악', ' 잔잔한 팝송', '카페에서 듣기 좋은 음악', '감미로운 힙합'을 검색합니다. 이런 제 음악 취향에서 자란 아들의 최애 음악은 '명상음악'입니다.


친정식구들은 아들의 고상한(?) 음악선택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그래도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듣는데, 아들은 자연의 소리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지만, 이런 음악적 취향을 초1 아들이 가질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조용함을 사랑하는 아들에게 제가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평소에 작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이지만 자식을 가르칠 때만큼은 배 하단부터 힘이 들어가서 입에서는 뻥뻥 큰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누군가 저희 집 현관문에 귀를 대고 있다면, 아이들을 여러 명 앉혀놓고 수업을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할 수 도 있습니다.  


일 년 넘게 주말을 제외하고 꾸준하게 해온 덕분에 아들은 더듬더듬 영어문장을 읽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들이 평소에 보지 못하는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발음이 다소 어려운지 발음을 책에 적으려 하더군요. 한글로 적어놓기보다는 여러 번 발음을 해서 익숙해지도록 하라고 하였습니다.


엄마의 조언이 귀찮은지 아들은 나름 창의적인 방법으로 단어를 읽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발음이 기억날 수 있는 단어들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 Anthony라는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아들이 자주 읽어온 그림책 작가 이름이 '앤서니 브라운'입니다. 영어 공부를 끝내고 책을 봤더니 작게 '브라운'이라고 써 놓았더군요.  

또 하나가 있습니다. 'It's dangerous.'입니다. 저도 영어를 배울 때 dangerous를 외우기 힘들어서, '단거'라고 외우면서 발음을 떠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아들은 '대신 줄 있쓰.'라고 써 놓았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오늘 '대신 줄 있쓰.'를 보고 단어를 읽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이렇게 아들의 영어책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영어 읽기가 적혀 있습니다. 아들은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자신이 새롭게 영어발음을 떠올리는 말들을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엄마는 영어를 가르쳐주지만 아들은 다른 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원한 결과는 아니지만, 아들이 행복해하니 내버려 두려고 합니다.


'사는 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말은 아들을 키우면서 뼛속 깊이 느끼는 중입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나오지 않다 보니 예기치 못한 순간에 아들 덕분에 울고 웃습니다. 오늘은 영어책에 어떤 '독창적인'단어들이 적힐지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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