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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건 뭘까?

아들에게 공점함이란

by 좋은아침

거창한(?) 제목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어제 아이와 '공정'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을까요? 무조건 똑같이 하는 건 공정한 게 아니라고 아들은 이야기를 하네요. 예를 들어 친구가 자신을 때렸는데, 친구가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친구의 잘못된 행동을 선생님께 알려 상황을 해결하고 싶다고 해요. 어렴풋하게 모든 상황에 똑같이 행동하는 게 '공정'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더라고요.


질문을 바꾸어 질문해 보았습니다.

"쫑아, 혹시 최근에 공정하지 못한 일을 겪은 적 있어?"


이 질문을 하자마자 열 살 아들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반응에 제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아이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어떤 일을 겪었을지 제 머릿속은 상상이 펼쳐졌습니다. 아이는 안간힘을 써서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막아냈습니다. 제 머릿속의 상상도 멈추었습니다.


"쫑아, 무슨 일이야. 말해줄 수 있어?"


아들은 간신히 울음을 참으며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아이가 경험한 공정하지 못한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엄마, 내가 며칠 전에 학교 급식에 양념치킨 나왔다고 했지?"

"응, 그랬지."

"근데, 그 양념치킨에 떡이 있었어. 나는 치킨만 받았는데, 다른 친구들에게는 떡도 주는 거야. 이건 불공평하잖아."


아이는 떡을 먹지 못한 그때의 장면이 생각났는지 급기야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치킨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얻었다는 사실에 웃음이 났지만 꾹꾹 참아내고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쫑아, 네가 떡을 먹고 싶었던 거구나."

"응."(아시죠? 누군가 마음을 알아주며 더 크게 우는 것을....)

"쫑아, 그러면 치킨을 나눠주시는 분께 떡을 달라고 부탁드렸어?"

"아니, 안 했어도.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면 공정하지 못한 거잖아."

"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마 그분이 바쁘셔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셨을 수도 있어. 네가 요청을 했는데, 떡이 있는데도 안 주시면 그건 공정하지 못한 거지. 다음에는 꼭 말하기다."

"응. 엄마, 나 그럼 치킨 사주면 안 돼?"


치킨으로 시작한 공정하지 못한 세상은 치킨으로 다시 공정한 세상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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