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돈다.

전정신경염............

by 좋은아침

새벽 4시 30분. 저절로 눈이 떠졌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켜고 밤새 새로 들어온 뉴스는 없는지 확인했다. 어둠 속에서 휴대폰을 하니 눈이 피곤해서 잠시 눈을 감고 천장을 쳐다보았다. 뜨악, 천장이 돈다. 분명 네모났던 천장은 생명이 부여된 생물처럼 돌기 시작한다. 한 방향으로 도는 것도 아니고 이리저리 요동을 치면 돈다.


전정신경염이 또 도진 거다. 아이를 낳고, 남편이 아이가 8개월쯤 이직을 했다. 집과 거리가 있어서 남편은 기숙사 생활을 했고, 우리는 주말 부부를 시작했다. 육아가 처음인 나, 더워진 날씨, 불규칙한 습관, 수면부족으로 몸이 약해졌다. 그러던 중 아침에 일어나다가 어지러워서 주저앉고 말았다. 세상이 핑핑 돌고, 구토가 계속 나왔다. 가만히 있으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 증상은 한 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다행히 아들은 엄마가 아픈지도 모른 채 곤히 자고 있었다. 아픈 와중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눈치가 보일 남편이 걱정되어 혼자 고통을 참아냈다. 어지러움증과 울렁거림은 물론이거니와 몸이 추워졌다, 더워졌다를 반복했다. 한 시간이 흐른 후, 나를 감쌌던 고통은 말끔히 사라졌다.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니 '전정신경염'이라고 했다. 전정신경염은 말초 전정기관이나 전정신경에 염증이 일어난 상태말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금방 회복된다고 한다.


처음 전정신경염 진단을 받고 여러 번 증상이 발생했다. 한 번은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아서 겨우 몸을 회복했다. 그때부터 조그만 어지러워도 무서워서 전정신경염에 대해서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몸에 염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 나는 스트레스와 면역력 관리에 신경을 썼다. 혈액순환을 위해서 물도 많이 마시고, 홍삼을 정기적으로 챙겨 먹고, 시간 날 때마다 운동도 했다.


관리한 덕분인지 2년 넘게 재발하지 않았다. 이젠 전정신경염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새벽에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날씨가 더운 탓에 밤새 선풍기를 틀고 잤다. 아이를 낳은 후 발에 직접적으로 바람을 쐬면 절이고, 추위를 탄다. 몸이 건강해졌기에 이번에는 발의 증상도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양말을 신어도 발은 눈을 밟은 것처럼 얼얼했다. 뜨거운 찜질을 해도 그 때문이고 몇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시렸다. 그리고 엊그제는 날씨가 후덥지근했다. 아무리 후덥지근해도 땀을 잘 안 흘리는 체질인데, 이상하게 땀이 줄줄 흘러내려서 옷이 다 젖을 정도였다. 평소와는 다른 피로감이 몸을 감도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더불어 저녁을 일찍 먹고, 남편이 주문한 피자 한 조각을 야식으로 먹고 피곤해서 바로 잠이 들었다. 이런 전조 증상이 있었는데 나는 애써 내 몸의 신호를 무시했는지 모른다. 아들이 손가락만 살짝 다쳐도 병원 갈 준비를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내 몸에는 무책임했을까?


새벽에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다가 힘들어서 화장실 바닥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거실 소파와 화장실까지 걸어 나갈 힘이 몸에 들어가지 않았다. 빨리 내 몸을 감싸고 떨어질 줄 모르는 어지러움증과 울렁거림이 사라지기를 기도하고 기도했다. 정확히 증상이 발현되고 두 시간 만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참을만한 고통으로 변했다. 그리고 정확히 한 시간 후는 몇 시간 전에 나를 흠뻑 두둘겼던 고통이 환영이었던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내 몸을 착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슬퍼진다. 언제 이놈의 전정신경염이 재발할지 모르겠지만 내 몸에 조금이라도 피곤하다는 신호를 받으면 바로 휴식을 취해야겠다는 다짐은 해본다. 안 아픈 삶은 없겠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덜 아픈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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