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나들이
"엄마, 우리 재미난 곳 가자."
"어디 가면 재미있을까?"
"과학관?"
"그럼 찾아볼게. 더우니 실내로 가자."
일요일 아침. 아들이 심심한 지 아침을 먹고 재미난 곳을 가자고 조른다. 찾아본다는 말은 내가 하고 남편이 휴대폰으로 열심히 검색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검색 조건은 넓은 실내,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 너무 멀지 않은 곳, 시원한 곳이었다.
몇 분을 검색하니 딱 알맞은 곳이 나왔다. 바로 충청남도 과학 교육원이었다. 예전에 남편과 아이가 갔었던 곳이었는데, 아들이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아들도 과학교육원이라고 하니 너무 좋다고 한다. 아들과 남편은 이런 곳에 가는 취미는 맞는다. 그에 반해 나는 과학이 중요하다는 개념만 알고 있는 1인으로서 과학원에 가면 남편과 아이 뒤만 졸졸 따라다니다가 앉을 만한 곳을 찾아서 쉰다.
나의 이런 습성(?)을 알아서 인지 남편이 집에 있겠냐고 물어본다. 남편의 물음이 너무 좋았지만 아쉬운 티를 조금 표시한다.
"그래도 될까? 자기는 날개를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자기는 천사야 천사."
가끔 날개를 찾는 시늉을 하면서 남편을 치켜세우면 남편은 수줍게 웃으며 좋아한다. 나는 집에 있으면 더울 것 같아서 가는 길에 있는 도서관에 가겠다고 했다. 남편은 관람을 하려면 두 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해서 나 역시 그 시간을 보낼 책 한 권을 챙겨갔다.
예보에는 구름만 잔뜩 낀 날씨였는데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아서 우산을 챙겼다. 남편은 일기예보 이야기를 하며 비는 오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다. 당연히 나의 예상이 들어맞아서 일기예보보다 한 수 위인 나를 찬양(?)하라고 놀려댔다.
남편과 아이 없이 도서관에 가는 이 순간이 둘에게는 미안하지만 너무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바로 도서관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도 많고, 시원하고, 더구나 내가 향하는 도서관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든 게 깨끗하고, 조용하게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참 이렇게 장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공짜다.
도서관 이층으로 가니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내가 원하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 처음 앉은자리는 의자와 책상 높이가 맞지 않아서 허리가 불편해서 두 번째 자리로 옮겼다. 두 번째 앉은 곳은 커다란 창이 난 자리이고 카페에서 볼 수 있는 다리가 길고 등받이가 낮은 의자가 있는 곳이었다. 두 시간을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등받이가 낮은 곳에 앉는 것은 마음을 접어야 했다.
늘 도서관에 오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괜히 자리를 찾느라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다.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 집중해서 읽으니, 밖과는 달리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도서관 내부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편하게 시간을 보내려고 넉넉한 티셔츠에 헐렁한 바지를 입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니 체기가 올라왔다. 내 몸은 너무 추우면 두통과 소화불량으로 반응한다. 읽고 있던 책이 재미있어서 움직이기 싫어지만 할 수 없이 에어컨 바람이 잘 닿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도서관에 온 이후로 4번째로 자리를 옮긴 거다.
더부룩한 속은 집에 가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다행히 30분 후면 남편이 온다고 해서 추위에 덜덜 떨며 책을 마저 읽었다.
남편 도착 5분 전 도서관에서 추위를 피해서 뛰쳐나왔다. 비가 내리는 밖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진작 밖에 나와서 산책이라도 할 걸 후회가 되었다. 다음에는 꼭 겉옷을 챙겨 와야겠다는 몸소 체험한 교훈을 얻었다. 다음 주 토요일에 아들은 또 과학교육원에 가고 싶다고해서 이번에는 내가 가기로 했다. 그렇다면 일요일에 혼자만의 도서관 나들이가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