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내놓다.
3주 전에 이사를 가려고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다. 결혼하고 처음 마련해서 8년째 살고 있고, 13년 차가 된 집이다. 이사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집과 집 주변이 노후된 게 보이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특히 아들이 유치원 하원을 한 후 놀이터에 가보면 군데군데 보수가 된 놀이터가 구멍이 난 옷을 고쳐서 입은 듯한 인상을 준다.
이사 성수기가 아니어서인지 집을 내놓은 이후로 전화 연락이 없다. 이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간절하지 않아서 일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익숙해져 인지 거처를 옮긴다는 게 꼭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의 자주 못 본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니 부동산에 '집 좀 잘 나가게 연락 좀 해주세요.'라고 전화 한 통도 걸지 않았다.
나의 미적거림을 친한 언니가 알아채고, 이미 내놓은 집이니 사람이 아쉬워도 집이 팔려야 하니 가위를 쫙 펴서 걸어놓으라고 알려주었다. 미신인걸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위를 신발 장안의 빈 공간에 양날을 힘껏 펴서 넣어두었다. 날의 살벌함이 오싹하지만 내심 효과가 있기를 바라는 기대를 가위에 붙여 놓았다.
어제 일하러 가기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전화는 잘 받지 않는 편인데 부동산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받았다. 아, 부동산 전화번호도 저장을 해놓지 않은 나의 자세는 이사를 가기를 원하는 자의 자세가 아닌 듯싶다.
토요일 12시에서 1시 사이에 집을 볼 수 있냐고 해서 가능하다는 답변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면접 통보 전화도 아닌데 괜히 가슴이 떨렸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집이 정말로 팔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이번에 집을 팔면 매매가 아닌 전세로 옮길 생각이다. 지방이다 보니 분양되는 아파트가 계속 있어서 분양을 받던지 (이것은 힘들 것 같다.) 신축으로 옮기려고 한다. 지금은 지방도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어서 앞으로의 추세를 보고 매매를 결정할 생각이다.
다만 바라는 바는 전세에서 매매로 옮길 때 집값이 더 오르지 않는 거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볼일이다. 가장 중요한 집인데 살짝 생각이 무모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젯밤 청소도 하면서 아들과 어떤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지 물었다.
"엄마, 나 도서관이 옆에 있고, 꼭대기층에서 살고 싶어. 창문으로 밖을 보면 사람도 나무도 개미만 해 보이는 곳으로 이사 가고 싶어."
개미만 한 사람이 보고 싶어서 꼭대기층으로 가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금은 6층에 살고 있고, 앞동에 시야가 거실 창이 막혀 있어서 조금은 답답하기는 하다. 나도 가끔 뻥 뚫린 시야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나 보다. 아닌가? 높은 곳을 좋아해서 정말 모든 것이 작게 보이길 원하는 걸까?
언제 집이 나갈지는 모르겠으나 원하는 날짜에
집이 나가고 원하는 집을 구해 들어가는 욕심은 마음 가득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