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도 내 삶이다.

집. 집. 집

by 좋은아침

집을 팔기 위해서 집을 내놓은 지 한 달이 되어간다. 그 기간 동안 두 팀이 다녀갔고, 맨 처음 온 젊은 부부는 우리가 집을 팔고 전세를 사는 조건에 집을 사고 싶다고 구매의사를 밝혔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큰 차이가 없어서 우리가 집을 팔면 그들은 돈을 얼마들이지 않고 집을 사게 되는 것이다. 매번 기사에서 갭 투자라는 단어를 들어봤지만 실제로 내 눈앞에서 그걸 하는 사람들을 처음 목격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자 하는 게 목적이기에 거절 의사를 밝혔고, 자연스레 거래는 되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결혼할 당시에 다른 투자는 해도 집은 투자의 대상으로 보지 말자고 굳게 결의를 맺었다. 다른 부분에서는 의견이 맞지 않았지만 집에서 만큼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의견이 동일했다.


아마 한 사람이라도 의견이 달랐다면 지금 더 나은 집, 더 비싼 집, 집으로 돈을 조금은 벌지 않았을까? 내 주변에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는 터라 정책이 바뀔 때마다, 좋은 집이 나올 때마다 나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듣기 위해서 붙어있는 나의 귀가 누군가의 입김에 팔랑거리면 좋으련만 심지가 굳은 귀를 가진 게 나의 문제면 문제다.


부동산은 입지다라는 의견을 가진 사람의 돈 되는 조언을 들어도 한 귀로 흘렸더니 집값은 올랐고, 좋은 곳은 이사 가기에 그 문턱이 높아져버렸다. 오르기 전에 살 걸이라는 후회 섞인 한탄을 해도 소리로 맴돌 뿐이다. 이제는 집으로 돈을 벌지 말자가 아니라 돈을 벌 수 없겠다가 되어버렸다.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도 틈새를 노리고 돈을 버는 사람들은 참 신기하다 못해 신기(?)가 있는 게 아닐까 추측도 해본다. 아마도 부동산이 하락하면 좋은 곳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보겠지만 하락하면 더 떨어질 수 도 있으니 관망하다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 거라는 희미한 결말은 보인다.


역시 집으로는 돈을 벌 팔자가 아닌가 보다.


이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니 저녁마다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이야기가 밥상 위에서 한 가득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아들은 텃밭을 만들 수 있는 전원주택 이야기를 하다가 벌레가 있다는 소리에 아파트에 살아야겠다는 말을 한다. 아파트에도 벌레는 사는데 말이다.


남편도 전원주택을 꿈꾼다. 자동차 정비는 큰 문제 아니고서야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각종 공구를 진열할 수 있는 창고를 갖는 게 남편의 로망이다. 지금도 방 하나는 신랑의 장비로 진열되어있다. 예쁜 상자에 넣어서 공구들이 보이지 않으면 방이 더 예쁠 텐데.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품처럼 놓아야만 필요할 때 딱딱 찾을 수 있다고 늘 반박한다. 예쁨은 포기하고 신랑이 원하는 대로 방을 쓰도록 내버려 두었다.


나 역시 주택에 살고 싶다. 텃밭을 작게 일구어서 그때그때 먹을 것을 조달할 생각을 하면 아껴지는 돈도 생각나고, 유기농으로 식탁을 차릴 생각을 하면 마음이 콩닥콩닥 거리기도 한다. 문제는 겁이 많은 나로서는 외딴곳에 뚝 떨어져 있는 주택에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거다.


주택이어도 편의시설이 다 갖추어있는 근처에 살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집값은 비싸고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요즘은 집까지 지어보자는 생각으로 원하는 곳에 토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는 언니의 친구분은 땅을 싸서 집을 짓고 있는데 몸과 마음이 고생해서 주변에서 누가 집을 짓는다고 하면 말린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집을 짓고자 하는 마음도 쏙 들어가 버린다. 역시 집에 관해서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듯싶다.


참 집이라는 녀석은 이상한 녀석이다. 사람을 이렇게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지금 당장 고민을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부분은 없지만 원하는 집을 생각하는 것 자체는 즐겁다. 편의시설 근접, 학교 근접, 교통편리, 텃밭이 가능한 토지가 있는 집. 적고 보니 이 모든 조건이 지나친 욕심으로 들린다.


원하는 조건 중 몇 가지를 내려놓으면 살만한 곳이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내려놓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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