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끝!
8월 19일 여름방학 끝! 학기 시작!
하루에 3시간을 일하는 초등학교 도서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방학이 끝났다. 방학기간에는 나오는 학생들이 많지 않아서 쉬엄쉬엄 일을 해서인지 몸과 마음이 조금 아니 많이 편했다. 개학을 앞두고 3일간 2학기 신간도서가 700권 넘게 도착해서 정리를 하느라 땀을 쭉 뺐지만 그래도 정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청구번호대로 책을 정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못해 신나는 일이었다. 함께 일하는 언니는 책을 정리하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퇴근시간도 잊으면 일했다고 말할 정도이니 얼마나 이 일을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8월 19일부터는 일하는 시간이 변경이 되어 나는 12시 10분에 일을 시작한다. 방학에는 초등학교 주차장이 여유롭고 덥다는 핑계로 차를 타고 다녔는데, 학기중에는 차를 가지고 갔다가는 주차를 못하기에 자전거를 타고 갈까 생각하다가 튼튼한 두 다리로 걷는 걸 선택했다.
걷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걷다 보면 자전거를 탈 때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끼게 된다. 휙휙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찬찬히 볼 수 있는 순간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늘 소녀감성은 아니지만 걷다가 마주친 꽃 하나를 보면 웃음도 흘린다. 내 손이 닿는 곳에 꽃이라도 피어있으면 기어코 만지작거리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앞으로 가는 속도를 늦추다 보면 빨리 갈 때 느끼지 못한 것들을 더 자세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런 느낌이 좋아서 가끔 일부러 가던 길에 멈춰 서서 ‘한눈팔기’를 시도한다. 한눈을 팔았다고 해서 가고자 하는 곳을 못 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눈 한 번 팔면 도착했을 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삶이 정해진대로 흘러가고, 뭔가의 변화를 원할 때 차를 탔다면 자전거로, 자전거를 탔다면 걷는 걸로 속도를 늦추어 자신만의 ‘한눈팔기’를 추천한다.
발걸음 가볍게 도서관에 도착하니 도서관은 점심을 먹고 찾아온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메고 온 가방을 정리하고 책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난 인파의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방학기간 동안에 책을 읽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 학생들은 책을 빌리기 위해서 긴 줄을 이루었다.
코로나 사태가 심한 터라 1시간 에어컨 가동하고 환기를 하느라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대에 에어컨이 꺼진 상태였다. 원래라면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서 대출반납업무를 진행했을 것이다. 우아를 떨다가는 밀려오는 학생수가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의자도 포기하고 서서 일을 시작했다. 오른손에는 바코드기, 왼손에는 학생들이 건네주는 책들, 입으로는 “책 바코드가 보이도록 해주세요. 거리두기 해주세요.”를 외쳐댔다.
나의 신속함(?)이 속도를 발휘해서 학생들이 줄을 서는 만큼 줄도 줄어들었다. 도서관은 북적북적, 에어컨은 off, 동시다발적으로 질문하는 학생들. 정신은 하나인데 몸이 여러 개로 나뉘는 느낌마저 들었다. 역시 몸도 바쁜지 아니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드디어 점심시간 끝! 그렇게 학생들로 빡빡했던 도서관이 텅 비었다. 내가 일하는 초등학교는 학생수가 천명이 넘는데 1~3학년들은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지만 4~6학년들은 거의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다. 학년별로 점심시간이 나뉘어있는데 고학년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이 오지 않는다. 이점이 조금 아쉽다 못해서 안타깝다.
가끔 고학년 학생들이 찾아오지만 늘 그렇듯 자주 오는 학생들이 올뿐이다. 저학년 때는 책을 좋아했는데 무엇이 아이들을 변화시켰을까라는 의문이 일하면서 자주 든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멋진 휴대폰을 사는 것처럼 뽐낼 수 있는 멋진 행위로 인식된다면 고학년이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을까?
대학생이 되면서 휴대폰을 구매한 나로서는 책만큼 재미난 세상을 나에게 열어준 도구도 없었다. 겁 많은 나는 책을 통해서 도시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나라도 경험했다. 책을 통해서 친구에게서 완벽하게 얻을 수 없는 위안도 얻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할 때도 정말 힘들어서 기대고 싶을 때는 책을 읽었다. 힘들 때마다 읽었던 책들은 다시 일어서는 힘을 나에게 선물처럼 주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책인데, 책을 단 한 권. 심지어 읽기를 시도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먹먹하다. 이런 감정이 책을 애정해서 생기는 건지, 아이들을 애정해서 생기는 감정인지는 명확하게 모르겠지만 말이다.
바쁜 도서대출 업무를 끝내고 산처럼 쌓여있는 책 정리에 돌입했다. 함께 일하는 언니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모든 책에는 청구기호가 있는데 각자의 자리가 있다.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보내는 일이 참 재미있다. 번호를 눈으로 빠르게 스캔하고, 책이 있어야 할 서가에 꽂는 일. 사서 일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단순한 일이라고 칭하겠지만 단순한 노동에서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
과거에는 치열하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다. 지금은 덜 치열해도, 조금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또 그 행복이라는 것도 거창하지 않다. 원 플러스 원 커피를 샀는데 함께 마시고 싶은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
그렇지 않아도 이 날은 방학이 끝난 기념으로 함께 일하는 언니에게 줄 커피 하나, 날 위한 커피 하나를 샀다. 학생들이 없는 시간에 커피 한 잔을 시원한 생맥주처럼 들이키며 언니에게 달달한 멘트도 날려본다.
“언니 전 행복한 사람인가 봐요. 커피를 사도 이렇게 함께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언니가 있잖아요.”
달달한 말도 자주해야 삶이 달달 해지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