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난다.

by 좋은아침

“6시에 만나서 자전거 타러 가자.”


“네, 언니.”


친한 언니와 오늘 아침에 자전거 라이딩을 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최근에 날씨가 더워져서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자전거를 잘 타지 않았던 터라 언니의 문자가 참 반가웠다.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서 책을 읽다가 준비를 시작했다. 자고 있는 남편과 아들이 깰까 봐 전날 밤 입을 운동복을 챙겨 놓았다. 늘 완벽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흠이 많은 나이기에 선크림을 꺼내 놓는 것을 깜박했다.


안방 손잡이에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세게 잡고 문을 연 다음 살금살금 안방으로 들어갔다. 최대한 음소거 상태를 유지하니 남편과 아들은 작은 미동도 없다.


선크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이마에 대고 있는 힘껏 눌러 짰다. 공기가 빠지는 동시에 거대한 새똥처럼 이마에 척 붙었다. 아무리 퍼프로 펼쳐 발라도 얼굴에 다 바르기에는 그 양이 너무도 많았다. 어쩔 수 없이 토시를 낄 팔에도 선크림을 덕지덕지 발라댔다. 선크림으로 하얗게 둥둥 뜬 얼굴이 웃기면서도 자외선은 확실히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웠다.


언니를 만나고 달린다. 함께 달린다. 해는 떠오르고 있지만 바람이 참 좋다. 바람도 좋고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과 풀도 좋다. 좁은 길이기에 언니랑 가끔 옆에서 가기도 하고, 앞서가기도 하면서 운동과 수다를 즐기면서 자전거를 탔다.


타기 전 정한 경로를 따라오는 길. 내 앞에 이른 아침부터 논일인지 밭일인지 하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가신다. 무릎까지 올라와있는 장화에는 미끈미끈한 흙이 묻어 있다. 서서히 기온이 올라서 인지 몇몇 흙은 떨어지고 자국만 남아있다. 자전거 뒤쪽에 매단 바구니에는 아침에 딴 채소들이 싱싱하게 들어차 있다.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모자를 푹 눌러쓴 뒷머리에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가득하시다. 문득 친정 아빠가 생각난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논이나 밭에 계실. 바람이 분다. 앞서가는 할아버지 몸에 뭍은 땀냄새가 나에게 날아온다.


할아버지를 앞서서 먼저 가도 되겠지만 흙내와 섞인 체취가 싫지가 않다. 오히려 친정 아빠가 생각나서 속도를 늦춰서 뒤를 따라갔다. 느긋한 속도로 가시던 할아버지가 자신 때문에 내가 못 가는 거라고 생각해서 길옆으로 비켜주셨다.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를 앞질러서 갈 수밖에 없었다.


가끔 부모님보다 느리게 가면서 두 분의 모습을 오래 보고 싶다. 그럴 때면 엄마, 아빠는 걱정을 하신다. 자신들보다 잘 살아야 한다며 내 등을 자꾸 앞으로 미신다. 어떤 마음으로 그러시는 알기에 일부로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가기도 한다.


이제는 부모님이 밀어도 미는 손을 잡고 얼굴도 보고 뒷모습도 오래오래 보고 싶다. 전화를 걸어야겠다. 보고픈 마음을 목소리라도 전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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