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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Mar 11. 2022

나의 일상기 1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몇 명만 나와도 마음이 덜덜거렸다. 이제는 내가 사는 지역에 매일 같이 천명 넘게 나와도 떨리지 않는다. 걸려도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니 개인 방역에 신경 쓸 뿐이다.      


3월 3일 부터 일곱 살 아들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2월에는 거의 못 갔으니 3월에는 꼬박꼬박 보내고 있는 중이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도 일주일에 한 두 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자가 키트로 확인하며 보낸다. 다행히도 아이가 검사를 잘 받아서 힘들지는 않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님과 동시에 나는 지역 도서관에서 하는 수업을 신청했다. 화요일은 독서지도사, 금요일은 영화로 보는 조선사. 같은 강사분이 진행하는 수업이지만 작년에 그분의 수업을 재밌게 들어서 둘 다 신청했다. <순수의 시대>라는 영화를 미리 보라고 며칠 전에 강사분께 문자를 받았다. 영화를 유튜브의 요약본으로만 보는 나로서는 영화 전체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역시 요약본을 봤다.    

  

영화에 대한 정보 없이 무작정 봤다가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사실을 알았다. 역시나 오늘 수업에서 역사 관련 영화라서 아이랑 봤다가 중간에 껐다는 이야기가 수강생들 사이에서 들렸다. 20분짜리 요약 동영상을 봤는데 고려 말과 조선 건국초의 역사적 배경을 아는 나로서는 영화를 이해하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자극적인 장면이 영화의 몰입감을 방해했을 뿐이다. 그래도 믿고 보는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는 멋있었다.      


강의를 듣기 전 좀 더 공부하고 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조선 건국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내용을 모르고 듣는 강의도 재미있지만 역사 관련해서는 하나도 알지 못하면 내가 바보가 된 느낌이 든다. 선생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혹시나 날아올 질문을 대비해서 시험공부를 하듯 책을 읽었다. 이러고 보면 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좋은 학생이겠지만 본인 스스로 힘듦을 자초하는 학생이다. 늘 그렇듯 새벽같이 일하러 다니시는 부모님의 유전자를 가장 정확하게 받은 나로서는 천성인 부지런함을 거부할 수 없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일 안 하면 더 아프다는 말이 나에게는 부지런을 안 떨면 병난다.'가 된다.      


요즘 날씨가 풀려서 다시 자전거를 탄다. 도서관까지는 자전거를 쉬지 않고 타면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아침에는 조금 쌀쌀해서 운전해서 갈까 했지만 마음을 바꾸어먹었다. 1+1 한다고 대량으로 과자를 사놓은 남편 때문에 매일 밤 과자를 한 봉지씩 먹었더니 뱃살이 옷을 뚫고 나오려고 한다. 과자를 끊을 수 없어서 자전거 타기를 선택했다. 도서관까지 자전거 도로가 잘되어 있어서 그나마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돌려놓은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가방을 메고 도서관으로 출발. 아, 날씨는 영상이지만 바람이 부니 손이 시리다. 장갑을 껴도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힘들면 딴생각하기가 최고다. 자전거를 타면서 새벽에 읽었던 책 내용을 되뇌었다. 이런 나 자신을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시험 볼 것도 아니면서 요란 떠는 내가 참 어이가 없다.      


태조, 정종, 태종, 정몽주, 정도전의 인물을 떠올리며 자전거를 타고 20분 걸려 도서관에 도착했다. 아, 선생님이 하나도 안 물어보신다. 전해야 하는 이야기가 많으셔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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