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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Mar 12. 2022

말을 잘하고 싶다.  

말을 잘하고 싶다. 잘이라는 의미에는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앞뒤 문맥에 맞고, 불필요한 단어를 쓰지 않고 말하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 말 잘하는 사람만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말을 잘하고 싶은 충동이 일 때마다 유튜브로 ‘말 잘하는 법, 떨지 않고 말하는 법’을 검색한다.    

 

이번 주 화요일에 독서지도사 수업에 갔다. 아는 강사님이 하시는 강의인데도 모르는 사람들과 교실 안에 있으려니 괜히 긴장되었다. 늘 강의 전에 음악을 틀어주시기에 내 안에 꿈틀거리는 긴장감을 음악으로 달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10시가 될 때쯤 심장박동 소리가 옆 사람에게 들릴 것 같이 커졌다. 내가 이렇게 긴장한 이유는 선생님이 첫 수업에는 자기소개와 강의를 수강한 이유를 묻기 때문이다.  

    

아니다 다를까. 교실에  사람 오자 선생님이 포스트잇을  장씩 돌아다니며 주셨다. 노란색 포스트잇. 쓸데없는 말이 아니라  중요한 말을 해야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었다. 선생님이 묻는 것은 간단했다. 자신의 수업을  아이를 위해서 듣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름/ 사는 / 아이 나이를 먼저 말하고 독서 관련 궁금한 점을 질문하라고 했다.      


정말 간단한 질문인데 답을 하려니 심장이 더 뛰었다.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하나보다 날뛰는 심장을 멈추는 게 더 시급해 보였다. 막상 말하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과 다른 수강생들이 하는 대답을 보고 비슷하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포스트잇에 몇 자를 적었다.  

    

출석부에 나의 성이 ''라서 분명 중간에 위치해 있을 텐데. 선생님은 의 이름을 제일 먼저 부르셨다. 떠는 목소리가 흘러나올까  이빨로 혀를 살짝 깨물었다. 역시나 들린다. 떠는 나의 목소리와 쓸데없는 단어들이. 말을 마치자 마스크로 가린 나의 볼이 뜨거워지는  느껴졌다. 오로지 불만족스러운 나의 답변에 신경이 쏠린 터라 다른 분들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끊기면서 들렸다.  

   

어떤 분은 ‘막상 말하려고 하니 떨리네요.’라고 말을 시작하셨지만 목소리에 떨림이 전혀 없으셨다. ‘혹시 나도 떤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떨지 않는 것처럼 들리는 건가?’라는 자기 위안이 섞인 생각도 해보았다. 수업 시간 내내 ‘말을 어떻게 하면 떨지 않고 말할  있을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수업이 끝난 후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의 목적은 ‘어떻게 하면 떨지 않고 말하고, 너도 말할 때 떠는지’였다. 전화를 걸기 전 난 동생의 대답을 알고 있었다. 이런 질문을 내가 한두 번 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동생에게 ‘나도 그래’라는 말로 위안을 얻고 싶었다. 역시나 내가 예상 답이 동생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동생은 자신의 남편은 회사에서 발표를 할 때마다 발표 원고를 다 쓰고, 한 토시 빠지 없이 외우지만 실수할까 봐 청심환을 먹는다는 사실과 강사 김미경은 말을 잘하기 위해서 많이 연습한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어떻게 말을 잘하는지 알고 있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연습만이 해결책이다. 매번 말을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한동안은  잘하는 법에 대해서 검색을 한다. 정작 영상을   말하기를 연습하지 않고 동영상을 보고 나면  자신이 말을 잘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번에는 착각이 아니라 진짜 연습을 하기 위해서 설거지를 하면서 말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00동에서 일곱  아들을 키우고 있는  00입니다.”


 짧은 문장을 여러  반복하니 슬그머니 아들이 와서 한마디 한다.


“엄마, 나 엄마가 00동에 살고 있고, 나 키우고, 엄마 이름 나 알아. 왜 자꾸 말해?”

“엄마가 떨지 않고 말을 잘하고 싶어서 연습하는 거야.”     

"왜 말하는데 떨어?"


아들은 낯선 사람이 있으면 말을 잘 안할뿐 떨면서 말하지 않는다. 혹시 아들에게 말잘하는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지 기대해본다. 나의 손에는 거품이 묻은 수세미, 내 입에는 자기소개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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