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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Mar 15. 2022

나의 일상기 2

 

‘우리 집도 올 것이 왔다.’    

 

오 남매 단톡방에 큰언니가 보낸 메시지다. 뜬금없어 보이는 문자지만 우리는 ‘올 것’이라는 것이 코로나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지난 주만해도 언니와 친하게 지내는 집들은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지만 언니네 만은 운 좋게 피해 갔다고 했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조심하자고 서로 응원을 보낸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조카 두 명이 평소와 다르게 열이 나고 목이 아파서 처음에는 음성이었다가 양성 결과를 받았다.  

    

양성 결과를 받기 전 아닐 거라는 생각보다는 코로나 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 언니는 검사를 받았다. 조카 둘은 평소에 언니와 형부가 잘 먹이고, 운동을 시켜서 인지 크게 아프지 않고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이 확진되고 언니와 형부도 검사를 받았는데 둘은 다행히 음성이다. 지인 중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있었지만 나의 가족 중 코로나에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가 나를 피한 건지, 내가 코로나를 피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우리 집은 코로나의 직접적인 영향력 밖이다. 마음으로 바라는 바는 누가 걸리든 크게 아프지 않고 지나갔으면 한다.    

 

오늘 도서관 수업에 가니 첫날과 달리 자리가 많이 비어 있다. 강사 선생님에 말을 빌자면 자녀가 코로나에 걸려서 오지 못한 분들이 있다고 했다. 슬그머니 그 이야기를 들으니 kf94 마스크를 두 개를 쓸까 잠시 고민이 되었다. 지금까지 kf94 마스크 한 장으로 버텼는데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스크 코 부분을 꾹꾹 눌렀다. 수업을 받고 있는 와중에 내가 사는 지역의 코로나 확진자 수, 아이 유치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가 번갈아가며 도착했다. 예전 같으면 호들갑을 떨었을 텐데 이제는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이 앞선다.  

   

몇몇 국가는 일상생활에서 마스크 없이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럽다. 연일 최대 확진자를 찍고 있는 대한민구에서는 언제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해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가끔 하원 후 놀이터에서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함께 논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놀다가 잠깐 숨을 돌리기 위해서 마스크를 벗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마스크로 가린 얼굴에 익숙해져 있다가 얼굴이 다 드러난 얼굴을 보면 이 아이가 그 아이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다. 한 아이는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키도 커서 초등학생으로 보였는데 물을 마신다고 잠깐 내린 마스크 안에는 아기 같은 얼굴이 감추어져 있었다.      

 

유치원에서 점심시간, 간식시간, 물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이들. 아들에게 친구의 모습을 같이 그리자고 하면 얼굴을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코로나 시대이니 들을 법한 슬픈 대답이다. 추위로 가려졌던 봄이 찾아오고 있다. 추위가 물러간 자리에서 자라는 새싹은 보는 이를 웃게 한다. 마스크가 떠난 자리에 남아있을 우리 아이들의 온전한 얼굴을 얼른 보고 싶다. 그리고 다 같이 씩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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