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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Apr 11. 2022

오랜만에 본 토익시험...

날씨도 좋고, 아니 덥다가 맞나? 날씨 덕분인지 벚꽃이 정말 예쁘게 피었다. 작년보다 풍성한 느낌마저 든다. 나의 기억 속의 벚꽃과 비교하는 거라서 정확하지는 않다. 주말에 벚꽃 구경한 사람이 많은 건지 카톡 프로필이 일제히 벚꽃사진이다. 예쁜 것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건데 유독 벚꽃은 남녀노소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일요일에 벚꽃 보러 멀리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지난달에 신청을 해놓은 토익시험을 보러 갔다. 11년인가? 12년 만에 보는 토익시험이었다. 아이가 크면 다시 일할 생각을 갖고 있기에 나의 영어실력을 점검할 목적으로 신청했다. 시험을 신청하고 실전 모의고사 6권, 모의고사 30회를 풀었다. 거의 매일 같이 4시간 정도는 토익 문제집을 풀었다. 눈뜨자마자,  아이 유치원에 보내고 틈나는 대로 공부했다.

     

시간을 재서 모의고사 1회분 200문제를 풀었을 때는 깜짝 놀랐다. 영어가 안 들렸다. 매일같이 영어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호주식, 영국식 발음이 안 들렸다. 그나마 독해가 듣기보다 나았다. 정말 오랜만에 공부를 하려니 의욕보다는 상실감이 앞섰다. 1회분을 풀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시험비 48000원이 너무 아까웠다. 주부인 나로서는 48000원이면 이것저것 해먹을 수도, 살 수도 있는 돈이다. 바뀌려는 마음을 다시 잡고 어차피 보는 거 원하는 점수까지 얻자는 생각으로 매일 같이 문제를 풀었다.   

  

처음에는 꽤 틀렸는데, 나중에는 10개 안팎으로 틀렸고, 급기야는 5개로 줄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다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시험 당일. 일찍 갔다. 남들은 벚꽃 구경 가지만 나는 시험 보러 가는 날. 대학교에서 토익시험을 보는데 학교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른 시험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대학교 캠퍼스 내 벚꽃을 구경하러 온 사람도 있었다.     


10년 만에 보는 영어시험이라서 그럴까. 주차를 하고 가방을 챙기는데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 떨림 안다. 시험을 잘 보고 싶은 욕심. 아무리 손을 주물러도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고사실 안내를 받고 들어갔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가보지 못한 강의실. 내가 다니던 학교도 아닌데 옛 기억이 솔솔 올라왔다.

      

긴장해서 인지 강의실 문 앞에 붙은 좌석표를 지나치고 원하는 자리에 앉았다. 10년 전의 기억에서는 분명 앉을자리가 정해져 있었는데 10년이 지나서 바뀌었나라는 생각을 했다. 다음 사람이 강의실 문을 열면서 문에 붙은 종이의 좌석표를 보는 걸 보고 아차 싶었다. 늘어놓은 짐을 챙겨 좌석표를 확인하고 내 자리를 찾았다. 나의 부산스러움이 신경 쓰였는지 몇 사람이 내가 움직일 때마다 눈으로 나의 모습을 따라오는게 느껴졌다. 연필 두 자루, 신분증, 지우개를 책상위에 올려 놓았다.


편하게 앉아서 시험 볼 생각으로 의자를 앞으로 당겼다. 어라? 의자가 안당겨진다. 의자와 책상이 붙어 있는 구조였다. 허리와 엉덩이를 의자에 깊숙히 붙이면 책상과는 먼 그런 의자와 책상이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쩔 수 없이 엉덩이를 의자끝에 걸치고 시험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의자에 큰 실망을 하고, 다 맞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가득했기에 멍하니 시간만 때우고 있으려니 9시 30분. 가고 싶지 않은데 예의상 화장실을 다녀왔다. 9시 50분. 아 정말 가고 싶지 않은데, 또 화장실을 다녀왔다.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유독 시험을 볼 때와 고속버스를 탈 때, 시험 시작 10분 전, 차 출발하기 5분 전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답안지가 앞사람의 손에 걸려 나에게 넘어온다. 시험지도 넘어온다. 방송이 시작된다. 과연 시험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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