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학개론
내가 명상을 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면 반응이 꽤 흥미롭다. 고급취미라고 생각해서 추켜세워주는 사람도 있고, 나의 종교관을 의심하거나 거리를 두려는 사람도 있다. 혹은 그냥 별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명상을 배우기 전에 유명한 CEO나 교수들이 TV에서 명상을 언급하면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졌다.
내가 명상을 접한 계기는 꽤 오래 전 운동수업에서였다. 운동 수업 도중에 잠깐 호흡명상을 배웠는데, 어려울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렇다할 방법이랄 게 없었다. 반가부좌 자세로 손등을 무릎 위에 올린 채 코나 배의 호흡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항상 숨을 쉬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호흡을 알아차리면 몸과 마음이 고요해진다고 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다.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는 즐거웠다. 콧방울과 코끝을 스치는 공기의 느낌, 숨이 들어오면서 압력이 콧속에 가하는 차가운 온도와 느낌, 콧속에 닿는 자극, 공기가 빠져나갈 때의 따뜻함, 콧등에서 사라질 때의 간지러움….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면 너무나도 강한 자극이었다.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신기했다.
조금 더 멀리서 관찰하면서 새로운 것들이 보였다. 숨의 깊이와 빠르기, 흉부의 팽창감과 수축, 호흡과 호흡 사이의 멈춤... 호흡할 때마다 몸이 리듬에 맞춰 움직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미묘하게 차이가 있었다. 매번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행위를 ‘호흡’으로 뭉뚱그려 표현하기에는 조금씩 달랐다. 흐름에 따라 몸의 각 기관이 정교하고 촘촘하게 움직이는 것이 너무나도 새로웠다. 평소에 전혀 신경 쓰지 않던 감각들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잠깐의 경이로움이 지나고 곧 지루해졌다. 곧 회의감과 의심이 밀려왔다. ‘고작 이건가? 신문과 책에 나오던 명상이란 게 이건가? 그냥 이러고 앉아있으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통찰력이 생기는 건가?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허리는 점점 뻐근하고 한쪽 엉덩이는 점점 콕콕 쑤셔왔다. 다리에는 쥐가 났다.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집중하는 것이 점점 어려웠다. 얼른 다리를 펴서 풀어주고 싶었다. ‘이럴 때 허리에는 힘을 줘야 하나 빼야 하나? 무게중심을 앞으로 보내야 하나 뒤로 보내야 하나? 허리 힘으로 버티는 것인가 골반으로 지탱하는 것인가? 몸에 힘을 빼라는데 골반이 경직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호흡을 보는 것 외에 별다른 설명이 없었던 선생님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짜증이 나고 답답했다.
하나둘 튀어나온 생각들이 솜사탕처럼 부풀어서 나를 압도했다. 잠깐 정신을 놓으면 나는 생각에 머리채를 붙잡힌 채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고 있었다. 각각의 생각은 너무나도 그럴듯하고 매혹적이어서 당장의 중요한 현실처럼 느껴졌다. 한참 끌려다니면 이게 생각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생각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 같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버티다 보니 다리의 쥐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사라진 것인지, 무감각해진 것인지, 괜찮은 것인지 긴가민가했다. 허리는 여전히 무거웠다.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버티던 중에, 이제 눈을 떠도 좋다는 따뜻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계를 보니 고작 10분이 흘렀다. 노래 3곡 정도 듣는 데 걸리는 시간, 어영부영하다 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호기심, 경이로움, 불안, 불편함, 짜증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온 감각으로 현실을 느끼다 보니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눈을 떴을 때 상쾌한 느낌이 드는 것이 신기했다.
처음 명상을 접한 후, 한동안 명상을 잊고 지냈다. 마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내던 어느 날, 마지막으로 간단명료한 맑은 머리로 생각했던 것이 오래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 때 불현듯 명상이 생각났다. 혹시나 해서 찾은 명상센터에서 나는 예전처럼 희열, 권태, 불안, 회의감을 차례로 겪으며 그것들을 바라보려고 했다. 그렇게 어두운 허공을 헤매고 나면 신기하게도 몸과 마음이 맑아졌다.
다시 찾은 명상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매번의 호흡이 다른 듯이, 매번 명상의 깊이가 다르다. 감각이 잘 느껴지고 집중이 잘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시작부터 졸리고, 머리가 흐리멍덩하고, 집중이 안 되는 날도 있다. 잘되면 잘 되는 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
명상하는 내 모습은 일상 속 내 모습의 확장이다. 일상생활에서 내가 주로 쓰는 감각은 명상할 때도 활성화되어 있고, 내가 자주 빠지는 감정의 패턴은 명상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고 쉽게 싫증을 내는 나에게 명상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불편할 때가 아닌 별다른 자극이 없는 상황이다.
넘쳐나는 생각에 머리는 피곤하고, 머릿속은 복잡한데 정리는 안 되고, 좋아 보이는 건 많은데 손에 잡히는 건 없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확실하게 끌리는 건 없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상황에서 명상은 가장 어울리지 않는 행동처럼 느껴지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이 고요해지면 저절로 해결되면 문제들이 있다. 명상은 내가 찾은 삶의 여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