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학개론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의 아침 풍경이 참 예쁘다. 아침 6시가 조금 넘으면 해가 뜨는데, 닭이 요란하게 우는 통에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6시 30분쯤이면 눈이 자동으로 떠진다. 아침잠을 깨우는 닭이 얄밉지만, 동네를 한 바퀴 걷다 보면 청초하고 맑은 아침 공기와 고요한 마을 풍경에 도리어 닭에게 고마워진다.
아침의 상쾌한 기분은 하루의 선물이다. 매일 맞이하는 아침이건만 전날 저녁의 피곤함은 온데간데없이 재충전되는 게 참 신기하다. 상쾌한 공기와 함께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맞으면 별안간 마음이 풍요롭다. 전날 신경 쓰였던 일이 있어도 오래 전의 일처럼 멀게 느껴진다. 반대로, 아침에 급하게 일어나서 허겁지겁 준비하거나 전날 푹 잠을 자지 못하고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종일 그 상태가 이어질 때가 많다.
처음 휴직계를 제출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알람을 끄는 것이었다. 자고 싶을 때 잠들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났다. 집에서 쉴 때는 하루 14시간 정도 잤다. 사람이 이렇게 자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잠만 잤다. 잠자는 것만 빼면 딱히 하루 일과할 게 없었다. 며칠간 반복하면서 체력이 조금씩 살아났다. 이후에는 하루에 9시간 정도 잤다. 잠만 충분히 자도 피곤할 일이 없었다. 피곤하지 않으니 괜히 신경이 예민해지는 일도 줄었다. 마음이 여유로웠다.
자연스럽게 아침 루틴이 생겼다. 기지개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물 한잔을 마신 후에, 창가에서 햇볕을 쬐고 아침 바람을 쐬었다. 아침 햇살을 보면 몸에 생기가 돋고 바람을 쐬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고 아침마다 좋아하는 문구를 읽고 하루의 다짐을 했는데, 한 달 정도 해보니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회사 다닐 때는 출근하느라 아침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허겁지겁 출근해서 모닝커피를 마신 후에야 정신을 차렸는데, 시간을 가지고 아침을 맞이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맑아졌다. 20분 남짓 걸리는 루틴이라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아침 루틴을 무시하면 수면시간이 들쭉날쭉하거나 자려고 누워도 잠이 잘 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 주어지는 또 하나의 특권은 낮잠이었다. 회사에서 점심을 든든하게 먹으면, 1~2시간 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졸렸다. 특히 양념이 많은 중국 음식이나 밀가루가 많은 면 요리를 먹는 날이면 더욱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깨어있으려고 부른 속에 커피를 들이부었지만 잠이 깨기는커녕 더부룩해지거나, 밤에 잠을 못 잘 때가 많았다. 쉬는 동안 아침이든, 점심이든 졸리면 잤다. 낮잠이 1시간을 넘으면 오히려 저녁에 잠들기가 힘들었지만, 30분 낮잠은 활력이 되었다. 산책이나 간단한 요가 후에는 10분만 눈을 붙여도 개운했다.
규칙적인 생활을 반복하면서 수면시간이 일정해졌다. 퇴근 후 저녁에 취미활동을 할 때는 수면시간이 들쭉날쭉했다. 밤늦게까지 놀거나, 일찍 집에 와도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피로가 몰아치면 한 번씩은 퇴근하고 집에 와서 기절한 듯이 잤다. 수면시간이 규칙적으로 바뀌면서 꿈을 자주 꿨다.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부터 몸에서 신호를 보냈다. 약간 몽롱하고 몸은 무겁지만 하던 일을 마무리는 할 수 있는 정도의 피곤함이 느껴졌다. 하루를 정리하라는 몸의 다정한 인사였다. 바쁘다는 이유로 충분히 돌보지 못한 몸의 다양한 반응들이 하나씩 드러났다.
책에서 12-2시에 멜라토닌이 최대로 분비된다는 내용을 보고 수면시간을 앞당기고 싶었다. 그 전에는 새벽 12시 반에서 1시 반 사이에 잠들 때가 많았다. 늦은 저녁 시간이 주는 고요함이 좋았던 터라 잠자리에 들기 아쉬웠다. 조금씩 욕심부리다 보면 1시를 넘길 때가 많았다. 무리하지 않고 하루에 30분씩 자는 시간을 앞당겼더니, 1주일 후에는 10시 반에서 11시쯤에 자는 것이 익숙해졌다.
일찍 일어나면서 아침의 고요한 시간이 생겼다. 늦은 저녁 시간이 떠오르는 상념에 잠겨서 사색하기 좋았다면, 아침의 고요한 시간은 맑은 정신으로 주의 깊게 집중하기 좋았다. 일찍 일어났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7~8시간을 자면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잠자는 시간대만 바꿨는데, 수면시간이 1~2시간 정도 줄고도 피곤하지 않았다.
다시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은 예전처럼 잠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 상황에 따라 잠이 부족할 때도 있고, 깊이 못 잘 때도 있지만 아침 루틴과 하루 마무리는 잘 지키려고 한다. 오늘의 일은 좋으면 좋은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침대로 가져가지 않고 그날 마무리 짓는 편이다. 오늘 밤 푹 자고 나면 오늘과는 다른 새로운 하루가 펼쳐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