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몸으로 하는 취미
사람마다 고유의 리듬이 있다. 각자 편하게 느끼는 속도와 강도가 있다. 주위에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근육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유산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짧고 굵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약한 강도로 버티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스트레칭 위주의 이완을 좋아하는 사람 등 리듬에 따라 좋아하는 운동이 다르다. 운동 질문을 받으면 예전엔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추천했었는데, 지금은 그 사람의 성향에 어울리는 운동을 권하는 편이다.
운동하려고 마음먹고 생각 난 건 클럽에서 만났던 연하남이었다. 수려한 외모와 함께 그의 딱 벌어진 어깨와 근육 잡힌 팔뚝은 멀리서 봐도 멋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직업군인처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 시간 이상 매일 운동했다. 나보다 어린데도 꾸준히 자신을 돌보는 모습이 부러웠다. 탄탄하게 균형 잡힌 그와 대조적으로 내 몸에 신경을 쓰지 못한 내가 부끄러웠다. 그렇게 문을 두드린 곳이 헬스장이었다.
운동은 살을 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마른 편이었다. 대학 입학 후 갑자기 10kg이 쪘을 때를 빼고는 몸무게에 불만이 없어서, 딱히 헬스장에 갈 일이 없었다. 헬스장에 들어서자 인더스트리 풍의 인테리어에 시멘트 벽 사이에 헬스기구들이 놓여있었고, 근육이 금방이라도 티셔츠를 뚫고 나올듯한 몸으로 무장한 PT 트레이너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빡센 느낌이 확 느껴졌다. 호기롭게 애플힙과 일자 어깨가 갖고 싶다고 주문하고 개인 PT를 끊었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서 퇴근하면 곧장 헬스장으로 향했다. 트레이너 말에 따르면 몸에 문제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체형진단을 받으면 라운드 숄더, 골반 비대칭까지 몸 전체가 문제 덩어리였다. 무엇보다도 몸에 근육이 너무 없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체력부터 키워야 했다. 평소에 땀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스쿼트, 런지, 버피를 몇 세트씩 하면 땀이 비 오듯이 후두둑 떨어졌다. 이를 악물고 했다.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는 힘들었지만, 마치면 상쾌했다. 집에 가는 길에 기분 좋게 피부를 스치는 바람은 시원했다. 샤워를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침대에 누워있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나를 위해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다. 하루를 알차게 산 것 같았다. 운동 후에 생기는 근육통은 열심히 운동했다는 증거 같아서 좋았다. 어떻게 운동중독에 걸리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트레이너의 권유에 따라 운동과 함께 식단 조절을 병행했다. 처음부터 살을 빼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근육량이 부족하다는 조언에 따랐다. 지방을 줄이고 단백질을 늘리기 위해서 닭가슴살 주문해서 매일같이 닭을 먹었다. 탄수화물을 줄이기 위해서 식단에서 쌀, 면을 빼고, 과일 몇 개만 먹었다. 매일 끼니를 사진으로 찍어서 저장했다. 식단 조절은 고통스러웠다. 좋아하지도 않는 닭을 계속 먹는 것은 힘들었다. 빵, 케이크, 군것질거리가 눈에 아른거렸다. 차라리 운동을 하는 게 나았다. 운동을 할 때는 음식 생각이 나지 않았고, 운동 후에는 고생한 게 아까워서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4~5개월이 지나면서 헬스 동작이 익숙해졌다. 어디에 힘을 주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느껴졌다. 동작이 익숙해질 즈음이면 무게와 강도를 올리는 탓에 운동은 매번 힘들었지만, 어떻게 운동하는지 감은 잡혔다. 배와 등에 근육이 보였다. 체력도 늘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운동을 마치면 집에 가서 기절했지만, 운동을 마치고도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6개월이 지나면서 다른 운동이 하고 싶었다. 운동 후에는 성취감과 보람찬 느낌이 좋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이 재미있진 않았다. 대신 PT를 받으면서 운동하는 습관을 길렀다. 잡지 속 모델처럼 탄탄한 몸을 갖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운동은 기분 좋은 경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운동을 꾸준히 해보고 싶었다. 매번 열심히 하지 않아도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하면 운동이 인생에 좋은 동반자가 될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나의 운동 취향을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