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에서 크로스핏까지, 김 부장의 꽂힘 인생

by 곱게자란아빠

회사에서 김 부장을 알게 된 지 20년이 훌쩍 넘는다.

그는 참 독특한 사람이었다. 무언가에 한번 빠지면, 그 세계가 전부인 듯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10여 년 전, 회사 앞 중국집에 수타 짜장면이 새로 들어왔을 때도 그랬다.

그는 그 맛에 푹 빠져버렸다. 혼자 먹기 심심했는지, 매일 다른 동료들을 끌고 가 점심마다 짜장면을 먹었다.

그렇게 일주일 내내 같은 메뉴였다.

그는 쫄깃한 면발과 기막힌 간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옆에서 보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진지했고, 그게 사람을 웃게 했다.


그 뒤로도 '꽂힘'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커피에 빠져 몇 년 동안 같은 카페, 같은 메뉴만 마셨다.

그러다 최근엔 발길을 끊었다. 이유를 묻자 원두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커피라 나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그는 이미 결별을 선언한 상태였다.


게임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롤로 이어지며 그는 깊이 빠졌다.

퇴근 후 몇 시간을 넘어 늦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날이 허다했다. 일상이 흔들릴 정도였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었다. 최고 티어에 오르자 동료들 사이에선 "진짜 게임 잘한다"는 칭송이 자자했다.


마흔이 넘어서는 아이돌에 빠졌다.

나이와 상관없이 그는 아이돌의 노래를 들었고, 굿즈를 모았으며, 심지어 관련 주식까지 공부하고 매수를 했다.

그저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멤버들의 이름은 물론 그들이 살아온 과정까지 줄줄 꿰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이 노래 들어봐요”라며 권하던 모습은, 중년의 열정이 얼마나 뜨거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김 부장은 그렇게 늘 무언가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어느 순간 담담하게 등을 돌렸다.

그 주기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남짓이었다.


그런데 이번만은 달랐다.

4년 전, 그가 러닝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늘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내던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2년 동안 꾸준히 달렸다.

동료들을 설득해 함께 뛰자고 꼬드겼고, 밥을 사주며 "같이 좀 뛰자"라고 끈질기게 권했다.

대부분 한 달도 못 버텼지만, 그는 혼자서라도 묵묵히 이어갔다.

3대 마라톤 대회는 물론, 산을 달리는 대회까지 참가했다.


그러더니 2년 전에는 러닝에서 크로스핏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여전히 동료들에게 “같이 하자”고 권하고, 틈만 나면 크로스핏 영상을 보여준다.

솔직히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돈을 줘도 못 하겠는데...' 그만큼 힘들고 고된 운동처럼 보였다.


그의 몸은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음식과 게임을 사랑하던 평범한 중년 남자의 몸에서, 근육과 탄력이 솟아올랐다.

얼굴빛도 전과 달랐다. 회사 업무 스트레스도 예전처럼 그를 짓누르지 않는 듯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그는 벌써 운동 생각에 들떠 있었다.


김 부장을 보며 알게 되었다.

사람의 집착이 좋은 방향으로 향하면, 몸과 정신, 그리고 주변의 공기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부럽다'라는 마음의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만성 야근이라는 루틴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다.

어쩌면 내가 그에게서 배워야 하는 건 운동 그 자체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식' 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나도 건강한 무언가에 꽂힐 수 있다면,

내 삶도 조금은 더 단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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