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지나며.
#1.
시월의 어느 일요일.
어딘지 모를 공원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
늘 보던 하늘인데,
오늘은 좀 다르다.
드러누워 올려다보니
하늘이 이렇게 여유로웠던가 싶다.
저 멀리 연 하나가
바람 따라 느릿하게 떠다닌다.
줄을 따라 시선을 내리니
아빠를 올려다보는 아들이 보인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다.
#2.
"가을 하늘 공활한데…"
뜻도 모르고 따라 부르던 애국가 3절.
세월이 훌쩍 지나서야
'공활하다'는 말의 느낌을 알겠다.
애국가 말고는 쓸 일 없던 그 단어가
이럴 때 쓰는 말이었구나 싶다.
공활한 하늘은
작년에도, 그 전해에도 있었을 텐데
왜 이제야 눈에 들어올까.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마음의 렌즈가
이제야 초점을 맞추는 걸까.
예전엔 보이지 않던 게,
이제야 조금씩 보인다.
어머니 휴대폰 속 이름 모를 꽃 사진들도
이렇게 하나씩 모아진 거겠지?
#3.
아빠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언니 잘 따라오나 연신 고개를 돌리는 살가운 둘째,
아빠를 놓칠까 봐 쉬지 않고 페달을 밟는 큰딸,
그리고 그들 앞에서
넓은 등으로 바람을 막아주는 아빠.
가을바람 사이로 스치는
그들의 웃음이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