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회식으로 자주 가던 삼겹살집 사장님은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분이었다.
매우 바쁘게 서빙을 하면서도
테이블 위 불판에서 익어가는 고기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행여 조금이라도 탈 것 같으면
어디선가 벼락같이 달려와 집게를 낚아채고 불 세기를 조절했다.
"고기 이렇게 드시면 안 돼요."
"에휴, 너무 익었네. 지금 바로 드셔야 해요."
누가 봐도 선홍빛 핏기가 도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장님, 아직 빨간데요?"
"아니에요. 우리 집 고기는 달라요.
지금 먹어야 육즙이 제일 맛있어요."
그러고는 고기를 집어 손님 앞접시에,
심지어 입 앞까지 가져다주기도 했다.
저마다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다고들 했다.
하지만 사장님의 그런 적극적인 태도에
불편함을 느끼는 동료들도 있었다.
사장님이 자리를 뜨면 수군거렸다.
"무슨 생고기를 먹으래."
그러면서 고기를 불판 가운데로 다시 밀어 넣었다.
나 역시 빠삭하게 익힌 고기를 좋아해서
사장님이 권하는 고기에는 손이 쉽게 가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았던 걸까.
한때 회식 단골집이던 그곳을 찾는 건 점점 뜸해졌고
어느 날 보니 문이 닫혀 있었다.
그럼에도 고기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
자기 일에 대한 확신이 넘쳐흐르던 사장님의 눈빛만은
꽤 오래 기억에 남았다.
어제 퇴근길, 동네 마트에 들렀다 나오는 길이었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달콤하고 고소한 붕어빵 냄새가 발목을 붙잡았다.
"10개 주세요."
꽤 쌀쌀한 날씨라 발을 동동거리며
붕어빵 굽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사장님이 불쑥 말을 건넸다.
"이 팥을요, 제가 직접 다 삶아요.
너무 달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게.
이게 기술이에요."
바쁘게 손을 놀리면서도
붕어빵 철학 강의는 멈추지 않았다.
"다른 집은 팥을 이만큼 안 넣어요.
근데 나는 봐요. 꼬리까지 꽉 채워 넣어요.
참 맛있을 거예요."
방금 다녀간 단골손님 이야기까지 덧붙이셨다.
"집 근처에서 다른 붕어빵을 사서 손주를 줬더니,
'할머니, 이거 원래 먹던 붕어빵 아닌데?'라고 했대요.
애들 입맛이 더 정확하다니까.
그래서 이 추운 날 여기까지 오셨다니까요."
사장님의 목소리에는 의심할 여지없는,
단단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오, 너무 기대되는데요."
맞장구를 쳐야 될 것 같았다.
"자, 다 됐어요."
갓 구워진 붕어빵을
두 봉지에 나눠 담아 건네주셨다.
집까지 따뜻하게 들고 갈 생각에
나는 봉지 위를 꽉 틀어쥐었다.
그 순간, 불호령이 떨어졌다.
"아이고, 봉투 그렇게 다 막으면 안 돼요.
그러면 빵이 물러져서 빠삭빠삭하게 못 먹어."
사장님은 봉투를 낚아채 위를 벌려 보이며 말했다.
"이렇게, 공기 통하게 들고 가야지."
어느새 사장님은 반말로
나를 혼내고 계셨다.
조금 무안했지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하하. 네네."
그렇게 봉투를 벌린 채 돌아서 나오는데
문득 회사 앞 삼겹살집 사장님이 떠올랐다.
상품에 대한 자신감과
손님에 대한 친절.
그 사이의 선을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가 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친절과 고집의 경계는 늘 애매하지만,
그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의 손에서
가끔 이렇게 기억에 남는 맛이 나온다는 것.
이날의 붕어빵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