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력적인 상품이 되고 싶다.
1.
작년 여름, 강의를 마친 늦은 시간에 현금인출을 위해 강남역 앞의 은행에 갔다. 그런데 은행 앞에 신문지를 깔고, 한 줄로 길게 앉아 핸드폰을 열심히 들여다보시는 분들이 계셨다.
"지금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
?
?
"아~ 대리운전 콜을 기다리고 있구나!!"
아마도, 그곳이 이분들이 '콜'이 뜨기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곳인 듯했다.
전국에서 대리운전을 하시는 분들의 수가 1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 출처 : KBS 취재파일 4321 )
대리운전 시장이 연매출 3조 원에 이를 정도로 커졌지만, 대리 운전자 개개인은 점점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경쟁이 심해지니 대리운전비는 낮아지고...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디 이분들 뿐일까?
나도.. 내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도... 삶이 그리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2.
밤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콜'이 뜨기를 기다리고 계시는 그분들 중 누군가는 한때,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며 '낮'을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과거 기업의 고용 형태는 "풀타임 고용"이 일반적이었다. 한 곳의 기업에 채용되어, 고정된 급여와 복지 혜택을 받으며 일하는 고용의 형태, 이른바 "정규직".
그런데 IMF를 지나면서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명예퇴직'이라는 결코 명예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른 퇴직이 흔해지고,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법이 제정되면서.. 노동시장은 점점 변해가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의 기획과 개발, 마케팅, 유통 등에 이르는 대부분의 과정을 해당 기업의 '직원'들이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노동 시장의 환경이 변하면서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믿고 있는 고용의 형식은 점점 무너지고 있다.
3.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예측하였다.
2030년이 되면 풀타임 고용 일자리의 절반 이상의 소멸할 것이다.
30대에 200~30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일하게 될 것이다.
향후 새로운 일자리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프리랜서 형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 변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예측하고 있다. 지난 2월 1일 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준비 위원회는 미래 일자리 변화에 관한 미래 전략 보고서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는 미래 일자리 환경을 "개인과 기업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필요시마다 구인 구직하는 형태로 급변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전통적 정규직 일자리보다 일시적이고, 독립적인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개인의 직업관도 조직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4.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 옆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마이크로 잡 - 업무를 잘게 자르고, 인터넷을 통해 아웃소싱 형태로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비즈니스 지원 기업인 "SAP코리아"는 세일즈 매니저들이 하던 업무의 일부를 잘게 잘라 마이크로 잡을 설계하고,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일거리를 부여하고 있다. 전략 커뮤니케이션 기업인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는 인력풀을 두고 특정 프로젝트에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잡파트너(www.jobpartners.co.kr)는 제한적인 분야이기는 하지만, 마이크로 잡 정보 공유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upwork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일자리 정보 공유 사이트이다. ( 변경 이전의 명칭인 oDesk로 더 잘 알려져 있다. ) 누군가는 upwork에서는 어떤 일이든, 모두 구인 구직이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번역, 녹음, 그림 그리기, 음식 만드는 법 알려주기 등의 작은 일에서부터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까지 다양한 일을 의뢰하는 사람들과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upwork를 통해 연결된다.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고, 일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도 이뢰인이 될 수 있고, 일의 수행자가 될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 만들어진, 하나의 커다란 노동시장인 셈이다.
5.
시장은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노동 시장에서의 상품은 내가 가진 능력( 재능, 아이디어, 경험.. )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필요한 인력을 찾으면, 노동 시장에서 경쟁이 이루어지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사람이 일의 기회를 얻는다. 일의 기회를 반복적으로 얻다 보면 "개인 브랜드"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내가 가진 능력을 찾는 수요가 적거나, 내가 가진 능력이 희소성이 없어서 시장에서 경쟁이 너무 심화된 경우이거나.. 이러한 이유들로 선택받을 기회를 얻지 못하면 삶은 점점 힘들어지게 된다.
선택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간격은 점점 벌어지게 될 것이며,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어느 유명 배우가 한 회 출연료로 얼마를 받았다더라~~ 하는 식의 기사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회당 수천만 원을 웃도는 출연료를 받는다는 것은, 이들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매력적인 상품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이들에 대한 시장의 선택은 '낙점'이 아니라 '러브콜'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극히 일부의 이야기다. 탤런트 10명 중 9명은 한 달 수입이 60만 원이 채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 출처 : 연합신문, 2017년 1월 16일 자 기사 참고 )
90%에 해당하는 무명 배우들과 톱스타의 차이점은 시장에서 그 매력을 인정받았는지, 그렇지 못한 지에 있다.
한 번 취업으로 평생이 보장된 일자리는 이제, 없다.
우리는 언제든 노동시장에서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 될 준비가 되어야 한다.
나는 매력적인 상품이 되고 싶다.
당신의 매력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