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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내자 Jan 27. 2023

"공부란 무엇인가"

서울대 교수의 글에 꿈틀대는 내 열등감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내 구매욕구를 자극했던 책이었다.


나는 '공부열등감'이 있는 사람이다. 이런 나에게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이 주는 끌림은 마치 자석의 양 극이 서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강했는데, 그렇지만 서울대 교수가 쓴 글이기도 하고, 철학책 같은 묵직함이 담긴 글일 것 같아 그냥 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서 열등감이 드러난다. 스스로 지레짐작하여 포기해버리는.



그렇지만 끊임없는 지적 허영심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큰 나이기에 결국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가. 깊은 울림을 주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김영민 교수님의 글 스타일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문장 사이사이에 버무려진 교수님의 유머가 왜 그렇게 걸리는지.






물론 나에게 효용있는 문장들도 많았다.


3부 '공부의 기초' 질문과 맥락 만들기 부분이다.



[공부해도 지식이 잘 안 찌는 체질은 있다. 자발성이 장착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바로 그렇다. 자발성이 있는 사람, 스스로 동기부여를 잘하는 사람은 아무리 힘든 일도 거뜬히 해내곤 한다. p125]


[자신의 생각이 혹은 자신의 글이 원래 계획했던 결론으로 나아가지 않을 때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의 글이 진짜 창의적이 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뭔가 엉뚱한 길로 간다는 것은 위험하지만 멋진 일이다. p134]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보르헤스는 말했다. "가장 행복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에요. 아, 책 읽기보다 훨씬 더 좋은 게 있어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인데, 이미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더 풍요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p142]






특히 꼼꼼하게 읽었던 부분은 147쪽 '서평이란 무엇인가' 부분인데, 아무래도 책을 읽고 나름 흔적을 남겨놓는지라 이 부분이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영민 교수님은 [최악의 서평 중 하나는 서평을 단순히 자기 이야기의 발판으로 삼는 경우이다.]라고 했다. [책을 읽은 뒤에 자신이 '느끼는' 바를 쓰면 그것은 그저 독후감이다.] 라고.




제대로 된 서평은,

1. 책 내용에 대한 적절한 요약

2. 독자의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맥락 부여(어떤 맥락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서평자의 역량이 드러남)

3. 본격적인 비평


이라는데 이 챕터를 읽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내가 바로 그런 느낌을 담은 서평을 쓰는 사람인데 그렇다면 이때까지 내가 쓴 것들 모두 잘못 쓴 것이란 말인가... 하고 말이다.

또 여기서 내 열등감이 꿈틀댔다.



서울대 교수가 쓴 책인데 나랑 생각이 다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혹시라도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



며칠을 고민하면서 나름 내린 결론은, 교수님이 말하는 서평은 '논문'이나 대학 공부를 위한 독서의 서평을 말하는 것이 강하다라는 것.


우리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느낌이 없이 이성적으로 서평을 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책을 읽고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건 오롯이 독자의 몫이라는 것을 알기에 '감히' 서울대 교수가 쓴 글을 읽으며 혹시 내가 빼먹은 게 있지 않나 마음 졸였던 열등감을 며칠동안의 고민과 사유의 힘으로 극복해보기로 했다.(이만하면 애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후감'이라는 어휘가 주는 익숙함과 친밀감에 앞으로 내가 쓰는 책 리뷰 모두 '엄마 독후감'으로 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 글이 담기는 브런치 매거진 이름도 '책 읽고 쓰는 독후감'이다.


내가 쓰는 서평을 독후감이라고 도장 찍어 놓으니 마음이 편하긴 하다.


더 마음대로 쓸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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