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돌려보자.

나의 일상, 시선의 온도

by 헤레이스

삶의 시선을 잠시 돌려본다.

찰칵찰칵. 초점을 맞추고 천천히 시선을 너에게 두기로 한다.


왜 사진을 찍냐고 묻는다면,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말한 장금이처럼 그저 좋아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 찍는 건 아니다. 순간의 느낌이 좋아서, 그때의 공기와 햇살, 미세하게 흔들리는 바람까지 모두 기억하고 싶어서다. 나는 그냥 그렇게 마음이 닿는 대로 셔터를 누를 뿐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가끔 말하곤 한다.

"대충 찍는 것 같은데 왜 사진을 잘 찍어요?"


솔직히 그런 말을 들으면 묘하게 기분이 좋지 않다. 어쩌면 그들은 모를 테니까. 내가 그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기다리고, 얼마나 수많은 각도를 고민하며 수없이 나를 움직였는지 말이다.


한 장의 사진에는 아주 오랜 기다림이 담겨있다. 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순간을 마주하며 나는 분명 그것들에게 말을 건넨다.


"참 예쁘구나."

"너는 정말 사랑스럽구나." 하고 말이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나는 사진으로 이야기한다.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정말 그 순간과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찍다 보니, 어느새 내 곁에는 여러 종류의 카메라들이 하나씩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소니 디지털 카메라로 시작해서 이후에는 무겁지만 손에 착 감기는 DSLR 카메라를 통해 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묵직한 셔터음을 들을 때면 왠지 모를 안정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즉석카메라의 감성적인 매력을 알게 되었고, 기다림과 설렘으로 쏘옥 나오는 순간의 재미를 느꼈다.디지털보다 더 빠르게 확인하지만 전혀 다른 색감으로 담겨져 나오는 독특함에 빠졌다. 그리고 지금은 언제든 간편하게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사랑스런 삼식이렌즈,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일상을 더 자주, 더 많이 담고 있다.


이 모든 카메라들은 나에게 단순히 도구가 아니다. 그 카메라들은 각기 다른 시절과 다른 나의 감정, 다양한 기억들을 품고 있다. 어쩌면 나는 카메라를 통해 삶의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진은 내게 취미가 아니라 어느새 내 하루를 이루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있었다.


하루하루를 사진으로 채우면서, 일상 속 작고 평범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마치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손에 드는 일,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통해 매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나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낸다.


사물에 시선을 맞추는 일은 내 소중한 그대들의 눈을 바라보는 것과 닮았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일은, 대상에 온전히 몰입하는 일이고, 내가 가진 가장 따뜻한 시선이다. 나는 그런 순간이 좋다. 세상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작고 아름다운 의미를 발견해 내는 그 시간들이 참 좋다.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을 그냥 결과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 사물과 대화하고, 기다리고, 교감했는지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를 움직이고, 내 시선을 맞추던 그 모든 순간을, 함께 느껴줬으면 좋겠다.


결국 나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향해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다.
"이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워요. 시선을 상대에게 맞춰 보세요." 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사진에 조예가 깊다거나 전문작가도 아니지만 내가 사진을 찍고 사랑하고 사진으로 살아가는 이유 정도는 밝혀두고 싶다.





그렇게 내 곁에 있는 카메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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