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라는 소리를 듣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주 작고 아담한 거실에 흰색가죽의 멋스러운 빈티지 소파가 꽉 차게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앞엔 작은 수족관하나가 피아노 의자위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소파의 주인으로 안성맞춤인듯한예쁜 할머니 한분이 문이 열려있는 방 안쪽으로 딸려있는 화장실에서 웃으며 나오셨다.
자그마한 체구에 귀여운 볼살을 가지신 분이 인상 좋은 미소로 날 맞아주셨다.
할머니는 한쪽 손엔 깁스를 하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새로 온 간병인이에요"
나를 동그란 눈과 인자한 미소로 찬찬히 위아래로 훑어보신 후 반가워하시며 연락은 어떻게 받았는지 따님이 뭐라고 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소소한 호구 조사를 하신 후에 당신 딸과 나이가 같다고 반가워하시며 젊어서 좋다고 하셨다. 그리곤 한 달 전에 왔던 이가 나이도 많고 그다지 맘에 안 들던 차에 어느 날 할머니가 잠시 잠든 사이에 간다는 말도 없이 가버렸다고... 그래서 그만두게 했다는 얘기도 해주셨다.
날도 더운데 손이 불편하셔서 어떡하냐고 걱정스레 여쭈어보니 2주 전 밤에 잠이 깨서 물 마시러 나왔다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껴서 식탁을 잡으려 했는데 새로 산 슬리퍼가 삐끗하면서 그냥 넘어졌다고 , 그 와중에도 머리를 보호해야겠단 생각에 손을 바닥에 짚었는데 약한 손목이 부러져버렸고 그러곤 순간 기절을 하신 거 같다고.....
정신을 차리고 따님한테 전화해서 팔이 부러진 거 같다고 하니 걱정스러운 잔소리와 함께 놀래서 달려왔고 다음날 아침에 부랴부랴 병원 가셔서 닥터 만난 얘기를 해주셨다.
이렇게 인사와 손의 상태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간단한 청소를 했다. 그리고 며칠 샤워를 제대로 못하셨다고 해서 샤워하는 걸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다.
자신 있게 아무렇지 않은 듯 '당연히 해드려야죠'라고 대답했지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도 됐다. 하지만 어떡한 든 한 손으로라도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하시려는 할머니가 안쓰러워 내 안에 생겨난 걱정을 가장한 부담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샤워를 마치고 작은 등의 물기를 닦고 바디로션을 발라드리고머리도 말려서 곱게 빗어드렸다.
개운하다고 고마워해 주시니 내 맘도 뿌듯하고 좋았다.
그렇게 첫날의 만남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왠지 코끝이 찡해졌다.
아직 잘은 모르지만 평생을 열심히 살아오셨을이제는 혼자된 작고 예쁜 할머니가 안쓰럽기도 하고...... 맘이 좀 그랬다.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훗날 나의 모습처럼 느껴져서 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 새로운 일을 찐 중년( 50대)에 용감하게 도전한 내가 대견하고 자랑스럽기도하고 한편으론 아무 쓸 모가 없어져 가는 것 같은 무력감에 빠져들때 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