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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미곰미 Sep 15. 2023

할머니가 퇴원하셨다 (1)

집이 아닌 요양병원으로....

할머니가 계신 병원은 집에서 프리웨이(고속도로)를 달려서 족히 30분 이상은 가야 된다.

며칠 전 퇴원할 거라고 가져오라고 하신  옷은 무용지물이다. 알고 봤더니 그저 할머니의 바람이셨든게다.  그 말씀에 별로 의심을 안 했던 건  미국 병원의 시스템 때문이기도 했다.

아이를 낳은 산모도 24시간이 지나면 아이와 함께 퇴원을 하는 곳이니 말이다.



내일 내일 하시든게 벌써 1주일째다.

신장이 나쁘셔서 몸속을 다 씻어내느라 링거를 15개째 맞고 계시다고 했다.

얼굴 상처 회복도 빠르셔서 처음에 있던 거뭇거뭇한 상처자국도 거진 사라져 보기에 훨씬 나아 보였다.


주말을 지내고 방문했을 때는 표정이 영 안 좋으셨다.   

할머니가 계신 병실은 2인실이었는데  옆에 계신 할머니는  히스패닉할머니셨다.

히스패닉은 워낙 가족적이라 병문안도 많이 왔다. 내가 갔던 몇 번의 시간에도 할머니가 혼자 계신 적은 딱 한번 그것도 잠깐이었다. 가족끼리 의논해서 두 사람씩 짝지어 방문하기로 했는지

어른 한 명에 손주뻘되는 아이 한 명 이렇게 짝을 지어서 로테이션하듯 병문안을 왔다.

그게 심기가 불편하셨는지  귀마개도하시고 이불도 푹 덮으시고 계셨다.

 내가 가서 얼굴을 빼꼼 내밀며 인사를 드리니 왔냐고 반가워하시면서도 커튼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 옆 침대를 힐끗 쳐다보시며 귀마개를 빼셨다.

그러곤 시끄럽다고 저이는 무슨 부녀회장을 했단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리 찾아온다고....

내 안에서 엥? 과 아! 가 거의 동시에 나왔다

스페니쉬를 알아듣지도 못하시고 영어도 못하시는

라라 할머니는 잠깐 아들이 얼굴 비추고 가고 바쁜 따님도 일하느라   못 오신 게 영 맘이 안 좋으시니 저리 결론을 내리신 듯하다.

옆 할머니께  오고 간 이들이 가족이 아닌 그저 지인들인 거라고...... 아니 어쩌면 정말 부녀 회장이셨는지도 모르겠다 ^^


그리곤 집에 가고 싶은데 안 보내준다며 심드렁해하시며 애들은 나를 요양병원으로 보내려고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정말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오후나 내일 집 가까운 요양병원으로 모실 거라고...

 24시간 캐어가 가능하고 기계들도 잘 구비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물리치료가 가능한 곳이라고 했다.

내일부터는 그곳으로 오시면 된다고 했다.

마침 가시기로 정해진 곳이 우리 집 하고도 가까운 곳이라 정해진 시간 외에도 짬 나는 대로 자주 들러겠다고 얘기했다.


할머니는 아들이  지 편하자고 나를 거기다 데려 놓는 거라며 내키지 않아 하시며 화를 내셨다.  

할머니께 그게 아니라고 또 쓰러지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라고 그땐 이만하기도 쉽지 않다고, 다행히 가시는 곳이 우리 집 하고도 가까우니 내가 자주 찾아가겠다고 하고, 가서  싫으시면 깁스 풀 때까지만 계시자고 하며 마음을 달래 드렸다.  


몇 가지 필요로 하시는 것들을 챙겨드리고 얼굴에 연고도 발라드리고 식사를 하신 후에 잠이 드신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오후에 운전 중인데 전화가 왔다. 라라할머님이셨다.

전화를 받으니 다급한 소리로

'너 지금 어디니? 나 좀 데리러 와라 ' 하신다. 눈이 동그래져서 '왜요? 무슨 일이시냐고 물으니 ' 난 여기 못 있는다. 이놈들이 날 정신병원에 가두는 거다' 라며 화가 잔뜩 나신 목소리로 얘기하셨다.

그리고 전화기 저쪽으로 ' 어르신  왜 그러세요? 뭐가 불편하세요? ' 할머니를 안심시키려 애쓰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가 그분들과 얘기하시는 소리를 들으며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20분쯤 지나서 또 전화가 왔다.

할머니는 더 크고 화난 소리로 나에게 얼른 나 데리러 오라고, 와서 집으로 좀 데려다 달라고 하셨다. 이번에는 할머니를 말리는 아들의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한참을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에 아들이 전화를 해서는 죄송하다고 집으로 가시게 되면 자기가 모시고 갈 거니 걱정하시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 한 시간쯤 후에 다시 아들에게 전화가 왔고 지금 집으로 모시고 간다고 하셨다.

샤워도 하시고 싶으실 테고 지금 맘이 많이 힘들어하시는 거 같으니  여기 일 끝나는 대로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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