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미곰미 Sep 15. 2023

할머니가 퇴원하셨다 (1)

집이 아닌 요양병원으로....

할머니가 계신 병원은 집에서 프리웨이(고속도로)를 달려서 족히 30분 이상은 가야 된다.

며칠 전 퇴원할 거라고 가져오라고 하신  옷은 무용지물이다. 알고 봤더니 그저 할머니의 바람이셨든게다.  그 말씀에 별로 의심을 안 했던 건  미국 병원의 시스템 때문이기도 했다.

아이를 낳은 산모도 24시간이 지나면 아이와 함께 퇴원을 하는 곳이니 말이다.



내일 내일 하시든게 벌써 1주일째다.

신장이 나쁘셔서 몸속을 다 씻어내느라 링거를 15개째 맞고 계시다고 했다.

얼굴 상처 회복도 빠르셔서 처음에 있던 거뭇거뭇한 상처자국도 거진 사라져 보기에 훨씬 나아 보였다.


주말을 지내고 방문했을 때는 표정이 영 안 좋으셨다.   

할머니가 계신 병실은 2인실이었는데  옆에 계신 할머니는  히스패닉할머니셨다.

히스패닉은 워낙 가족적이라 병문안도 많이 왔다. 내가 갔던 몇 번의 시간에도 할머니가 혼자 계신 적은 딱 한번 그것도 잠깐이었다. 가족끼리 의논해서 두 사람씩 짝지어 방문하기로 했는지

어른 한 명에 손주뻘되는 아이 한 명 이렇게 짝을 지어서 로테이션하듯 병문안을 왔다.

그게 심기가 불편하셨는지  귀마개도하시고 이불도 푹 덮으시고 계셨다.

 내가 가서 얼굴을 빼꼼 내밀며 인사를 드리니 왔냐고 반가워하시면서도 커튼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 옆 침대를 힐끗 쳐다보시며 귀마개를 빼셨다.

그러곤 시끄럽다고 저이는 무슨 부녀회장을 했단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리 찾아온다고....

내 안에서 엥? 과 아! 가 거의 동시에 나왔다

스페니쉬를 알아듣지도 못하시고 영어도 못하시는

라라 할머니는 잠깐 아들이 얼굴 비추고 가고 바쁜 따님도 일하느라   못 오신 게 영 맘이 안 좋으시니 저리 결론을 내리신 듯하다.

옆 할머니께  오고 간 이들이 가족이 아닌 그저 지인들인 거라고...... 아니 어쩌면 정말 부녀 회장이셨는지도 모르겠다 ^^


그리곤 집에 가고 싶은데 안 보내준다며 심드렁해하시며 애들은 나를 요양병원으로 보내려고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정말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오후나 내일 집 가까운 요양병원으로 모실 거라고...

 24시간 캐어가 가능하고 기계들도 잘 구비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물리치료가 가능한 곳이라고 했다.

내일부터는 그곳으로 오시면 된다고 했다.

마침 가시기로 정해진 곳이 우리 집 하고도 가까운 곳이라 정해진 시간 외에도 짬 나는 대로 자주 들러겠다고 얘기했다.


할머니는 아들이  지 편하자고 나를 거기다 데려 놓는 거라며 내키지 않아 하시며 화를 내셨다.  

할머니께 그게 아니라고 또 쓰러지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라고 그땐 이만하기도 쉽지 않다고, 다행히 가시는 곳이 우리 집 하고도 가까우니 내가 자주 찾아가겠다고 하고, 가서  싫으시면 깁스 풀 때까지만 계시자고 하며 마음을 달래 드렸다.  


몇 가지 필요로 하시는 것들을 챙겨드리고 얼굴에 연고도 발라드리고 식사를 하신 후에 잠이 드신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오후에 운전 중인데 전화가 왔다. 라라할머님이셨다.

전화를 받으니 다급한 소리로

'너 지금 어디니? 나 좀 데리러 와라 ' 하신다. 눈이 동그래져서 '왜요? 무슨 일이시냐고 물으니 ' 난 여기 못 있는다. 이놈들이 날 정신병원에 가두는 거다' 라며 화가 잔뜩 나신 목소리로 얘기하셨다.

그리고 전화기 저쪽으로 ' 어르신  왜 그러세요? 뭐가 불편하세요? ' 할머니를 안심시키려 애쓰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가 그분들과 얘기하시는 소리를 들으며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20분쯤 지나서 또 전화가 왔다.

할머니는 더 크고 화난 소리로 나에게 얼른 나 데리러 오라고, 와서 집으로 좀 데려다 달라고 하셨다. 이번에는 할머니를 말리는 아들의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한참을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에 아들이 전화를 해서는 죄송하다고 집으로 가시게 되면 자기가 모시고 갈 거니 걱정하시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 한 시간쯤 후에 다시 아들에게 전화가 왔고 지금 집으로 모시고 간다고 하셨다.

샤워도 하시고 싶으실 테고 지금 맘이 많이 힘들어하시는 거 같으니  여기 일 끝나는 대로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숙제 한 par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