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물식 #. 03 나에게 과일은 이제 금기 음식
[메인사진 : 타나카 타츠야 전시 / 제목 : 당분간은 당분을 삼가해 주세요]
위암으로 돌아가신 엄마의 당부로 1년에 한 번씩 무조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검진을 했는데, 혈당수치가 300이 넘었다.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람?” 당뇨생활 6년 동안 이런 숫자는 처음 본다. 고탄수식은 배제하고 공복도 길게 갖는 생활을 한지 꽤 되었는데 믿기지가 않았다. 건강검진을 마치자마자 바로 내과로 달려가서 잰 공복혈당은 160이었다. "몇 시간을 굶었는데, 어떻게 160이 나올 수 있지? 저혈당이 와도 모자랄 판에! 아 허무해" 하던 찰나, 의사 선생님께서는 상담 중 원인파악을 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하셨고, 원인을 알 수 없어 의아해하시며 나에게 물으셨다.
“요즘 새로 먹거나 줄이거나 달라진 게 있나요?”
“오히려 채소 많이 먹고 군것질도 안 해요” (속으로 '없는데'하며)
“말이 안 되는데, 이렇게 나올 수가 없는데......”
당뇨인으로서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먹고 있으면서 시치미를 떼는 것 마냥 의심받는 듯해서 억울했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했어요! 공복에 셀러리주스랑 레몬즙 마시고 30분 뒤에 과일을 먹었어요. 양껏.”
“레몬주스 아니고요?”
“네, 생레몬 직접 짜서요. “
착즙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꼭 그렇게 말하는데, 순간 나의 억울함을 해명이라도 하듯 급했는지 '짜서요'라고 말했다. 윽! 요즘 얼마나 식단을 잘하고 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의심을 받는지 내심 별로였지만, 너무나 당당하다 못해 의사 선생님의 눈을 당차게 쏘아보았다. 그동안의 먹었던 과채식 식단 사진을 보여줬는데,,,
과일이 문제였네!
나름 자연식물식 식단을 잘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한순간에 와장창 깨졌다.
‘과일’이 문제였구나!
아~천연 당인데도 안 되는 거야? 앞으로 나 뭐 먹고살지? 빗장을 열어젖히듯 그동안 참아왔던 과일을 먹었던 탓인가 보다. 잠깐 행복했었다. 밥대신 수박을 반통이나 먹을 수 있다고 좋아했었는데...... 몸은 가볍던데,,,
자연식물식의 과, 채식은 당뇨가 없는 정상인한테나 해당되는 좋은 식단이고, 임신성 당뇨부터 당뇨약을 6년이나 먹고 가족력이 있는 나에겐 오히려 독이 되는 식단이었다. 잘 안 먹었던 과일을 먹고 이렇게 혈당이 오르는 나에겐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촌철살인 같은 말을 수치로보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의사분은 뭐였지?(과채식으로 당뇨를 극복하신 의사분), 나는 당뇨를 너무 오래 앓았나? 과일양이 많았나? 앞으로 과일은 거의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서운하고 아쉽고 그랬다. 진짜 몸은 너무나 정직하구나!
그동안 과일 신나게 먹었다! 좋은 시절 다 갔네!
과일은 과당이라 바로 급하게 혈당을 올리지는 않으나, 한 달 넘게 꾸준히 먹어서 내 몸의 혈당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상태라는 것이다. 그동안 혈당관리를 잘 해왔으니 다시 과일을 안 먹으면 내려갈 거라고 하셨다. 내 몸은 ㅠㅠ 왜 이럴까? 아휴~ 새콤달콤 상콤한 맛있는 과일을 이제 못 먹는다니? OMG (Oh My God)!!
의사 선생님께서 "과일의 천연당도 과당이기에 전처럼 조심히 관리하셔야 합니다. 명심하세요." 당부에 당부를 하시며 나와의 신경전은 마무리되었다. 채소와 방울토마토는 괜찮으나 스테비아토마토는 안된다고 하셨다. '단맛 나는 과일'은 무조건 멀리하고 '꿀'도 안된다고 하셨다. 100% 과일 때문만은 아닐 것 같지만, 나는 과일을 안 먹어 볼까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말이다. 건강검진 대장내시경이라는 좋은 구실의 타이틀이 생겨 과일을 며칠 안 먹을 수 있었다. 그게 혈당이 조금은 내려간 요인이 됐을까? 부정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채식위주로 과일은 쏙 빼고 다시 식단을 재정비하기로 결심했다. 감사하게도 약의 용량을 더 늘릴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그래도 그동안 당화혈색소 관리가 잘되었으니 과일만 끊으면 원래로 돌아올 거라고 의사 선생님의 확신에 찬 눈빛이 나를 안심시켰다. 과일을 끊고 진짜 혈당이 내려가는지 궁금하긴 하다. 몇 주 후에 혈당을 다시 제보자! (마루타가 된 기분!) 당뇨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고 나에게 맞는 당뇨극복 솔루션을 찾아서 실천해 봐야겠다.
다시 시작!!!!!!!!
'요요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중입니다' 브런치북 연재 중입니다.
https://brunch.co.kr/@haram81/21
이 글이 떡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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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발행한 당일 06.13 조회수 18635회
와하핫 신기해요! 이런 경험도 해보네요^^ 글 쓸 맛 나더라고요~크크
궁금해서 수시로 검색하고 캡처하고 재밌었어요.
신나는 하루 선물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2024년 4월 30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글을 계속 쓰다 보면 점점 좋아지겠죠?
초보작가에게 라이킷, 구독은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