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무기력으로 버무려진 우울에 갇혀 지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휴대폰의 작은 화면을 쳐다보며 지내다가
초인종 소리에 몸을 일으켰습니다.
등기우편을 손에 쥔 우체부아저씨에게
-전에 살던 사람이에요-
라고 이야기하곤 며칠 새 정이 듬뿍 들어버린 침대로 가려다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캡슐커피를 뽑기도 귀찮아 맥심커피병을 열고
티스푼으로 딱 한 스푼의 커피가루를 넣어
절대 진하지 않을 커피를 탑니다.
커피른 들고 햇살이 비쳐드는 거실 바닥에 앉아, 나와는 다르게 열심히 피어버린 꽃을 바라봅니다.
그리곤,
왜 우울한 거지?
하고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온 나라가 우울증에 빠졌다 해도 믿을 법한 믿지 못할 일도 있었고,
최근 들은 주변 친구들의 힘듦이 조금 옮겨져 왔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어할 것은 티끌만큼도 없는 사람이군요.
그럼 이 우울은 혹시 DNA에 새겨져 받아 온 근원적인 것은 아닐까
생각하다,
신경정신과 의사가 듣는다면 지금 우울의 원인으로 단정 지어 버리기에 충분한 어린 시절의 '보호의 부재'가 떠올라 다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엔 없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은 다시 돌이킬 수 없으니 나의 우울이 DNA에 실려 온 것인지는 영원히 알 수 미스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미스터리를 지닌 나라니요!
어깨 위의 우울이 살포시 털어져 나가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