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다이어트는 산으로

나의 막장 다이어트라마

by 하란

망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나를 칭찬하며 아침 일찍 일어나 몇 달 동안 발길을 끊었던 골프연습장도 다녀오고 밀린 집안일도 빠르게 해치웠다.

그리고 오늘의 메뉴인 키토김밥을 사러 운동화를 신고 가볍게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왕복 18km 정도.

가는 길 보건소에 들려 인바디를 측정하고 김밥을 사서 돌아와 김밥을 먹으며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갈 때는 산길로 올 때는 바닷길로.

딱히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보건소까지는 산을 질러가는 게 빠르지 않겠냐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길은 짧아도 시간은 몇 배가 걸릴 수도 있는 게 산길이건만, 어제의 나는 그저 머릿속에 희망 외엔 아무것도 없었나 보다.

심지어 약간 뻥을 쳐 10년 동안 100번은 갔을 법한 동네 산길인데 초입부터 엉뚱한 길로 들어서 20분을 헤매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어쨌든, 늘 새롭다는 건 좋지 않은가!

늘 새롭게 멋진 풍경

룰루랄라 발걸음도 가볍게 산을 넘어 보건소에 도착.

화장실에 다녀와 인바디 체크하는 곳이 어딘가 하고 있는데, 그런 내가 좀 어리바리해 보였던지 지나가던 직원분이 용무를 묻는다.

‘저 인바디..’

‘아 예약제예요. 그리고 지금 담당도 없구요.’

매몰차게 들리는 대답에 좀 힘이 빠졌지만, 다시 의욕을 장전하고 키토 김밥 가게를 향해 걷는다.

섬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익숙한 길이지만 걸으며 천천히 보는 풍경은 좀 더 느긋하고 정겹다.

집을 나선 지 2시간 만에 드디어 김밥집 앞에 도착.

-목요일 정기휴무-

헐, 이걸 왜 확인 안 했지.

-오늘의 나는 정말이지 희망 말곤 머릿속이 텅 비어있었나 보다.

연속된 헛발질 이연타에 의욕이 풍선 바람 빠지듯 푸슉하고 빠져버렸다. 다시 돌아갈 바닷길 따위 이젠 고생길일 뿐. 근처 사는 친구들에게 급 만남을 청해 보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잠시 앉아 지친 몸과 그보다 더 지쳐버린 맘을 가다듬는다.

‘그래, 계획대로 바닷길로 걸어가자! 9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걸 뭐.’

집을 나설 때와는 전혀 다른 속도로 바닷가 쪽으로 난 길을 걷는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 않아 곱창이 당긴다던 아침의 딸아이 목소리가 저 하늘에서 들려오는 천사의 나팔 소리처럼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그래, 다이어트도 행복하자고 하는 일. 그리고 곱창은 키토 식단이잖아!!

집 밖에서 밥을 먹는 건 일 년에 두세 번이 전부인 엄청난 집순이인 딸이기에 거절당할 확률이 훨씬 크다. 약간 승부를 거는 도박사의 심정으로 전화를 해본다.

외식을 청하자 웬일로 순순하게 ‘그래.’라는 답이 돌아와 재빨리 뒤돌아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그 이후, 곱창과 소맥의 환상적 콜라보.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에 취할 내가 아니건만 피곤해서인지 평소보다 취기가 확 돌아 자제심을 잃고 딸이 먹다 남긴 치즈케이크 반조각과 감자칩 몇 조각을 먹긴 했지만, 살짝 눈 감아 주자!

키토김밥 원정로드



2023. 2. 24 체중 56.02 (-780g) 체지방 31.4% 근육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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