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치킨의 위대함과 걷기의 하찮음

나의 막장 다이어트라마

by 하란

토요일은 전부터 잡아놓은 선약이 있었다. 수원의 화성 행궁을 걷고 낮술을 하자는 계획이었는데, 내게 화성 행궁 나들이란 통닭 골목에서의 치맥을 의미하는 것이라 잠시 고민했다.

자고로 치킨이란 완벽한 탄단지 최대치의 음식 즉, 최고의 살찌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어트도 나의 행복을 위한 일 중의 하나.

나와의 약속 따윈 가볍게 저버리고 화성행궁과 통닭거리에서의 치맥을 선택했다. 단 치킨은 최대한 조금만 먹고 2차는_1차로 끝낼 멤버가 아니다_ 순댓국으로 마무리 하자라고 최소한의 양심을 챙긴다.

수원역에서 만나 경기도청 방향으로 걷다가 화성에 진입했다. 화성은 참 걷기 좋은 길이라 좀 더 걷고 싶었지만 헉헉대며 따라오는 친구를 어여삐 여겨 걷기를 끝내고 바삐 통닭골목으로 향했다.

치킨의 정석인 양념반, 후라이드반을 시키고 서비스로 나온 똥집과 양배추 샐러드에 시원한 생맥주부터 한 잔 쭉 들이켠다. 캬~!

난 다이어터니까 맥주는 한 잔만 마시고 소주를 마셔야지 했는데(?) 여긴 회전율이 좋아 그런지 2시간의 걷기 후라 그런지, 맥주가 꿀맛이다. 생맥주를 한 잔 더 시켜 마시곤 소주 한 병으로 마무리를 한다.

금방 튀겨 나와 맛없을 수가 없는 치킨도 후라이드 2조각과 양념 2조각으로 자제심을 발휘해 아름답게 끝냈다.

원래는 2차 장소인 수원역 앞의 순대골목까지 걸어가서 치킨을 한 조각이라도 불태워 버리겠다는 계획이었으나,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정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벌써 대기줄이 잘 알려진 아다미 집은 가볍게 패스하고 옆의 자그마한 가게로 들어간다.

순댓국과 소주를 시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순댓국이 나왔다.

그런데, 오 마이갓. 토렴식 국밥이 아닌가!!

-괜찮아 국물만 먹으면 되지.

하지만, 주방 바로 옆 자리. 뭘 더 챙겨줘야 하나 살피시는 눈길에 줄지 않는 순대국밥이 괜스레 죄송스럽다. 게다가 눈치도 없고 먹는 양도 개미 같은 친구의 순댓국은 줄어들 기미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그 와중에 추가 국물을 요청하는 친구. 정말이지 죄송스런 맘에 국밥을 반쯤 비웠다.

그래도 걸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위안을 하며.

담엔 꼭 따로국밥으로 시켜야지!!

사실 운동은 힘이 들어야 다이어트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강도를 점점 늘릴 수밖에 없다.

-늘 새롭게 힘든 건 달리기! 허나 중년의 도가니엔 적합지 않다.

요샌 많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만보 내외는 걷는 평소 습관과 부모님이 물려주신 체력 덕에 걷기 따위는 나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걸어갈 때 살을 좀 빼보겠다며 하루 평균 30킬로미터를 하루 한 끼만 먹으며 걸었다. 그렇게 20일을 걸었으나 체중은 출발 전보다 채 3킬로그램이 빠지지 않았었다!!!!!

역시나 400그램 정도 늘어난 몸무게.

-치킨이 이렇게 대단하고 걷기가 이렇게나 쓸모가 없다!

키토제닉이란 말이 무색하게 탄수화물을 빠지지 않게 챙겨 먹은 지난주. 일요일만큼은 철저히 키토제닉을 하리라 맘을 먹고 아침 쓰린 속과 맘을 오징어국으로 달래고, 오리고기와 다이어트콜라 그리고 곤약국수로 키토제닉스럽게 하루를 마감했다.

5일간의 야매키토제닉

-부끄러우니 그냥 다이어트모드 적응기쯤으로 해두자!

1.03킬로그램 감량으로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기록하고 키토제닉은 이제 바이 바이~

약속이 많은 다음 주는 외식이 있을 때 가장 적합한 1일 1식에 도전해 보자!


2.26일 56.36(+430) 체지방 31.68% 근육 36.3%


2.27일 55.77(-590) 체지방 31.22% 근육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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