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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란 Mar 07. 2023

제5화. 1일 1식...사..

나의 막장 다이어트라마

나야 지금은 사회생활에서 비껴져 나와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다이어트를 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회식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회사 다니면서는 다이어트를 못…

점심시간만 해도 도시락을 싸간다거나, 간헐적 단식으로 밥을 거른다거나 하면 마치 큰일이 난 듯 이런저런 한마디를 듣기 마련이지만 인내의 시간을 좀 견디면 또 금방 식는 것이 타인의 관심이란 것이다.

하지만 가끔 있는 회식과 이런저런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약속들을 모두 외면하기란 힘들다. 그럴 때 유용한 것이 바로 1일 1식.

사람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허기란 것도 익숙해진다. 바쁜 아침 식욕이 없어 아침을 거르는 건 딱히 의도하지 않아도 이미 생활습관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점심시간 한 시간을 모자란 낮잠이나 휴식으로 채우고 나면 뭘 먹을래야 먹을 환경이 아니라 어느새 저녁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간헐적 단식이 몸에도 좋다니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닌듯하다.

이번주는 월요일부터 술자리 약속이 있고, 삼일절에 1박 2일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 아무래도 음식의 종류나 양(?)을 조절하긴 힘들지 싶어, 1일 1식을 하기로 했다.

월요일 오랜만에 만난 대학선배님들과의 자리.

그날따라 이것저것 바빠 오전을 종종거리다 약속장소로 향하니(가는데만 2시간은 족히 걸리는) 어렵지 않게 저녁 전까진 공복상태를 유지했다.

나와 무려 15년 차이가 나는 대선배님이 고르신 사당동의 낙지집. 여러 가지 야채가 볶아지는 철판에 산 낙지가 입장해 강렬한 한바탕의 댄스로 생을 마감하고, 그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며 낙지를 먹는다. 과하지 않은 양념에 싱싱한 낙지가 술을 부른다.

선후배란 참 묘한 인연이라 시간을 함께 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공간에서 젊음의 한때를 보냈다는 시간이 아닌 공간의 동질감이란 것이 있다.

그날따라 선배님들의 학창 시절 이야기(내가 5~6살 때의)며, 선배님과 함께 근무했을 때의 이야기 등 추억이 진하게 흘러 빈병이 자꾸만 늘어간다. 이미 배도 술도 충분히 부르지만 오늘의 첫끼라는 생각과 술이 절반쯤 점령해 버린 나의 뇌는 호기롭게 볶음밥을 시킨다.

-지금 생각해도 맛있었단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그날의 볶음밥이 후회되진 않는다.

문제는 이제, 두 시간을 거슬러와 만취에서 중취 상태가 된 나의 귀갓길엔 불닭볶음면이 당연하다는 듯 들려져 있다.


다음날, 숙취로 인한 어마어마한 허기를 참고 오후 늦게 오른 여행길.

목적지인 고창까지 갔다가는 실신할 듯해, 제철의 막바지인 새조개도 먹어볼 겸 홍성의 어사어항으로 향해 저녁을 먹었다.

-남당항 가기 직전에 있는 곳인데, 붐비는 것이 싫은 사람들에게 좋은 곳, 가성비도 좋다!

달큼한 새조개와 주꾸미에 소주를 가벼이 한 병 비우고, 칼국수 사리를 추가 하자는 친구의 제안을 정말이지 칼같이 잘라내고 숙소로 향했다.

하지만, 친구와의 여행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술이 빠질 수는 없는 일. 그리고 배는 부르지만 안주는 필요하니 편의점에서 맥주와 이런저런 안주거리를 챙긴다.

다음날, 동행이 있어 1일 1식은 어렵겠다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길어진 선운사 탐방에 고창 풍천장어와 복분자주를 앞에 두고 앉았을 땐 4시가 다된 시간.

-오! 다행이다.

식사를 마치고 머나먼 여정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니 10시가 다된 시간. 물론 나는 집에 가려했지만, 운전을 한 친구에게 예의상 맥주 한 잔을 청했다. 이어진 맥주 타임.

-길지는 않았다. 그리 많이 먹지도 않았고.

다음날 체중계에 오르니 야매키토가 끝난 시점부터 30그램 정도가 늘었다.

- 아쉬운가, 다행인가.

생각해 보지난 3일간 내가 해온 건 1일 1식이 아닌, 1일 1 식사와 그 이후의 간식이었던 것.

- 다행이었구나!

30그램만큼의 안도와 깨달음을 얻는다.



2.28일 55.82(+50) 체지방 31.26% 근육 36.2%


3. 2일 55.80(-20) 체지방 31.3% 근육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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