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란 Mar 10. 2023

제6화. 시지프스의 형벌

나의 막장 다이어트라마

방만했던 3일간의 1일 1식사를 반성하며 이번에야 말로 진정한 1일 1식을 하리라 결심한다.

딸아이의 개학과 함께 한 동안 집안에서 실종됐던 아침이 부활해 이른 하루를 시작한다.

-왕따 당하면 어쩌지?

-자퇴해.

-친구를 하나도 못 사귀면 어쩌지?

-친구 없이 조용히 지내는 게 사실 넌 좋지 않아?

-그런 그렇지.

-괜찮으면 셀프 왕따로 다니고, 그게 힘들어지면 자퇴해.

고등학교 첫 등교를 자퇴 이야기로 상콤하게 시작.

나도 평소보단 2시간 정도 일찍 일어났더니 오후 들어 피곤이 몰려온다. 이런저런 집안일과 요런저런 바깥일들을 처리하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저녁시간.

어쩌다 보니, 밥을 챙겨 먹을 시간이 없어 자연스레 1식을 하게 될 듯하다.

밑반찬과 95칼로리 곤약밥을 챙겨 먹고 혹시나 심심한 입에 줄줄이 간식을 먹을까 걱정이 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생각한다.

-배가 고프다!

하지만 굳은 의지의 어제의 나를 생각하며 뿌듯한 맘으로 육체의 허기를 물리치고 체중계에 올라선다.

55.82

- 이게 대체 뭐람!

20그램이 늘었다!!

이럴 땐 정말 다 때려치우고, 그냥 다이어트가 아닌 '다~이트'하는 삶으로 돌아가고만 싶다.

뿌듯함으로 눌러놨던 허기가 한낱 연약한 인간인 나를 덮친다. 순간 딸아이의 아침 식탁에 오른 돈가스와 밥통 속에 흰쌀밥을 퍼내고 싶었지만 불굴이 의지로 참아낸다.

떡볶이, 김밥, 라면, 치킨..

종일 먹을 것과 허기 속에서 허덕이다 저녁을 맞이한다.

편육으로 단백질을 채우고, 탄수화물 자리엔 밥대신 맥주를 끼워 넣는다.

-아, 살 것 같다!

다음날, 300그램 정도가 줄었다.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시작된 허기에 저녁 시간까지 남은 12시간이 형벌처럼 느껴져, 눈앞이 깜깜하다. 퇴직 후 느낀 암담함의 톱텐으로 꼽을 정도이다.


분기에 한 번 정도는 3일 단식을 한다.

첨엔 다이어트 목적으로 했지만, 부족함 보다는 과함이 문제가 되는 현대사회에서 단식이 꽤나 괜찮은 건강법임을 경험으로 터득하곤, 주기적으로 3일 단식을 하기 시작했다. 단식을 안 해본 사람은 마지막 날이 가장 힘들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심장을 토할 것 같은 실연의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듯 음식과의 이별도 첫날이 가장 힘이 든다. 그야말로 순간순간이 온통 그 생각뿐.

이틀째가 되면 어느덧 희미해지고 마지막 삼일째가 되면 식욕으로부터 벗어난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그렇다!

1일 1식이란 건, 바로 3일 단식의 고통스러운 첫날이 무한 반복되는 시지프스의 형벌과 같은 것이었던 것. 혹은 잊을만하면 전화를 해 날 흔들어 놓는 전 남자 친구 같은 것.

목요일과 금요일의 정석적인 1일 1식과 시지프스의 형벌. 토요일의 1일 1식…사.

다시금 맘을 잡고 바위를 밀어 올린 일요일.

삼겹살 반 근 정도의 감량을 끝으로 시지프스의 형벌을 끝내고, 어쩌면 또 다른 형벌일 원프드 다이어트에게로 나를 보낸다.


3.3일 55.82(+2) 체지방 31.26% 근육 36.2%

3.4일 55.60(-18) 체지방  31.1% 근육 36.2%

3.5일 55.88(+28) 체지방 31.3%  근육 36.2%

3.6일 55.46(-42) 체지방 31%  근육 36.2%

작가의 이전글 제5화. 1일 1식...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