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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란 Mar 14. 2023

제7화. 계란, 너에게 나를 보낸다.

나의 막장다이어트라마

대망의 원프드 다이어트 개막.

사과, 바나나, 닭가슴살, 물, 두유, 토마토, 계란, 고구마…

오랜 다이어터로서의 개인적 경험으로 원푸드다이어트의 투톱은 토마토와 계란이다.

그럼, 토마토 VS 계란은?

놀랍게도 승리는 계란이다.

- 나의 몸뚱이에만 최적화된 아이템일지는 모르나, 이런저런 넘쳐나는 정보를 조금만 모아봐도 계란은 참 좋은 녀석임에 틀림없다.

- 심지어 나의 경우 물만 마셨을 때보다도 효과가 좋았다.

그리하여 늘 막바지에 몰렸다 싶을 때 선택하는 계란 다이어트.

'샨토끼다이어트'라고 해서 끼니당 식빵 1쪽, 삶은 계란 2알, 다이어트콜라 1캔을 마시는 다이어트 방법이 유명한데  여기서 식빵을 뺀 다소 하드코어적인 방식.

월요일은 적응차원(?)에서 계란 두 알과 밥 없는 순댓국으로, 화요일은 점심, 저녁 계란 두 알에 된장국 거기다 와맥 두 잔과 식빵 한쪽으로 나름 성실히 원푸드의 길을 걸었다.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체중계에 오른 수요일 아침.

생각했던 것에 한참 모자라는 감량실적에 아, 고만 모든 걸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많이 빠졌지만, 최소 1.5킬로그램 정도 예상했기에.

간신히 맘을 다잡고 저녁 약속을 위해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가는 길 다니던 마사지숍에 예약을 해놔, 아침 집안 정리를 마치고 바로 서울로 향하다 보니 저녁 술자리까지 의도치 않은 공복 상태를 유지했다.

다행히 안주도 해산물인 데다, 다들 술꾼이라 술잔 돌아가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안주에 손이 갈 새가 없다.

2차를 거쳐 노래방까지 갔다가 남은 캔맥주를 핸드백 안에 고이 모시고 집에 도착하니 시간도 늦고, 술도 과해 술밥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곯아떨어졌다.

아! 역시 다이어트의 최고봉은 술다이어트 인가!

훅 줄어든 체중으로 인한 기쁨이 죽을 것 같은 숙취의 괴로움을 이긴다.

하지만, 술로 인한 체중 감소는 순식간에 회복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아침 운동에 나섰다. 그리고 국물을 간절히 원하는 내 위에 성실히도 삶은 계란을 보내주다가 늦은 저녁이 되어 좀 살만해지니 땡기는 술의 유혹에 못 이겨(사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했다!) 라면땅 스낵(115칼로리)과 맥주 한 캔을 마시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항상 내 예상을 벗어나는 놀라운 내 몸뚱이.

체중은 다시 55대로 들어서 있다.

-그래, 음주로 인한 일시적인 탈수였겠지.

어쨌든, 다시 맘을 잡고 바쁘게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공복인 상태로 저녁을 맞이한다. 계란을 삶긴 했지만, WBC 한일전을 앞두고, 어찌 이 순간 치맥이 빠질쏘냐!

약간의 타협으로 계란의 미래버전인 닭가슴살과 야채를 구워 간이 치맥을 즐겼다.

하지만 모두가 알듯 회가 거듭할수록 술을 안 마시고는 화가 나 배길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순간에 온 술자리 에 냅다 달려가 이런저런(치킨이랄지, 육회랄지..)안주에 자꾸만 자꾸만 술을 들이켠다.

-아 이건 70%쯤은 내 탓이 아니다!

그리고 이어진 주말, 산행 모임이 있어 아침부터 남한산성을 갔다 점심으로 백숙에 막걸리 한 잔, 이어진 술자리에 회와 소주 한 잔, 아니 한 병을 마셨다.

하지만 금요일, 토요일 모두 많이 걸었기에 사실 어느 정도 선방했으리라 기대했는데 일요일 체중계 위에 올라선 나는 귀신을 본 양 화들짝 놀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목요일 12,067보! 금요일 17,920보!!, 토요일 무려 24,552보!!!

아, 역시 걷기 따위!!!!

아아, 나는 그 동안 뭘 한 건가!!!!!

글로 나의 다이어트를 공개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쯤에서 포기해 버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삶을 살았을 듯하다.

- 사실 그래서 포기를 못하게 글을 쓰고 있다!

정말이지 내 글을 볼 '님'보기가 부끄러워 일요일은 다시 계란에게로 나를 돌려 보낸다.

일요일 저녁.

백수이건만 왜 일요일 저녁이 아쉬운 것인지, 월욜일이 오는 게 싫은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몸과 맘에 고단함이 밀려와 소맥(무알콜맥주로!)일주일을 마무리한다.

 다이어트 때 효과를 크게 본 내가 믿고 믿던 계란이건만, 이젠 전처럼 그렇게 독하게 계란을 먹어댈 수도 없고,

-예전엔 소주를 마실 때도 삶은 계란으로 버틴 적이 있다!

왜인지 효과도 나지도 않는다. 노화로 인해 내 몸의 알고리즘이 좀 바뀐 모양.

그리하여 계란은 여전히 좋은 다이어트의 파트너임에 틀림없으나 원푸드+계란과는 이제 영원히 이별을 고하는 바이다.

바이 바이 바이다.


3. 7일 55.15 체지방 33.7% 근육 34.55

3. 8일 54.75 체지방 33.8% 근육 34.25

3. 9일 54.15  체지방 32.7% 근육 34.41

3.10일 55.16  체지방 32.2% 근육 34.61

3.13일 55.40 체지방 33.8% 근육 34.78


다이어트 19일 차 1.4kg 감량, 전주 월요일 대비 60g 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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