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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란 Mar 20. 2023

제8화. 길을 잃고 중꺽마를 외치다.

나의 막장 다이어트라마

콜리플라워라이스, 곤약면, 천사채당면.

밥과 면을 대체할 수 있는 음식들.


당연히 감량 효과는 좋지만 이런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건 너무나도 번거롭고 귀찮기에 하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다이어트 진도에 이번주는 뭔가 제대로 해야겠단 생각에 콜리플라워라이스와 천사채를 주문했다.

요즘은 다이어트 요리 레시피가 넘쳐나지만, 귀차니즘의 노예인 나에겐 콜리플라워라이스로 얼추 볶음밥맛을 내고 천사채를 당면화해 이런저런 국에 넣어 얼추 면발의 느낌을 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끓는 물에 천사채를 넣고 식소다를 넣으면 꼬득꼬득한 면이 부들부들하게 당면처럼 변한다.


월요일은 밥이 당겨, 들기름을 티스푼 하나 정도 두르고 콜리플라워라이스에 계란을 넣고 볶음밥을 만들었다. 예쁜 접시에 담아 김을 얹고 김치를 곁들이니 충분하다.

콜리플라워 계란 볶음밥

저녁의 삼겹살을 먹자는 유혹에 넘어갔지만, 술이 과해서인지 탄수화물 없는 하루이어서인지 체중이 1킬로그램 가까이 줄었다.

술 마신 다음날은 늘 음식이 당기기 마련.

-술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체내 축적된 당을 사용하기에 몸이 일시적으로 저혈당 상태가 될 수 있고, 자연스레 당분이나 음식을 필요로 하게 된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김치찌개에 천사채당면을 넣어 후루루룩 한 그릇 해치우고, 혹여나 입이 심심할까 강원도 여행에서 사 온 황태껍질을 꺼내 손질하고 씻어 에어프라이기에 바삭하게 굽는다.

-세상 번거롭다!

황태껍질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천사채당면과 팽이버섯 계란을 섞어 일명 계란만두라 불리는 음식을 만들어 무알콜맥주 소맥으로 저녁을 마감.

다음날도, 딸이 남긴 반찬을 처리하느라 냉장고에 있던 게살죽을 반그릇 정도 먹긴 했지만 전날 만들고 남은 계란만두와 천사채당면쌀국수로 착실한 다이어터로서의 하루를 마감했다.

-인스턴트 쌀국수 수프에 냉장고 속 자투리 해물과 야채를 넣어 끓인 짝퉁 쌀국수는 이제까지 먹은 다이어트 요리 중 최고였다!

이젠 안정적으로 54킬로그램대로 진입하나 하고 생각했건만 목요일 전날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니 이런저런 신경을 갉는 일들이 생겨 멘털이 나가 버리고 당연한 수순을 밟듯 주문앱을 열고 말았다.

-피자는 맛있었다.

금요일 다시 맘을 잡고 남은 천사채와 콜리플라워라이스로 하루를 보내고 약속이 있어 외식이 불가피한 주말엔 메뉴 조절로 54대를 사수하리라 맘먹는다.

토요일 계획대로 횟집을 갔지만, 낮술의 위력으로 어느새 피자와 맥주 앞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

피자는 맛있었다!

차마 체중계에 올라서지 못하고 서해랑길을 완주한 지인을 마중하러 강화도를 다녀와 계획대로 횟집으로 갔으나, 이내 치킨과 맥주 앞에 앉아 있는 나.

삼한사온의 날씨처럼 잘해온 사일과 부족했던 삼일.

그리고 얄짤없는 결괏값.

나의 다이어트는 어디쯤인가.

난 누구, 여긴 어디? 

글을 쓸 의욕도 생기지 않을 만큼 길을 잃어버린 기분이지만 그저 한 발 내딛듯 글을 쓰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중꺽마

그래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해도,

어쩌다 보니 한참을 뒤처져 있다 해도,

잘 해내지 못한 나 자신이 실망스럽다 해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계속해나간다면, 그래도 끝은 있지 않겠나!


3.14일 체중 54.40 체지방 33.4%

3.15일 체중 55.15  체지방 33.8%

3.16일 체중 54.65  체지방 33.4%

3.18일 체중 54.95  체지방 33.1%

3.20일 체중 55.95  체지방 33.4%


26일차 850g 감량 전주대비 550g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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