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소개를 위해, 아이를 위해
문자 알람이 울렸다.
어린이집에서 보낸 메시지다. 언제나 그렇듯 쓱쓱 넘기며 확인한다.
코로나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일들이 엔데믹 이후 연신 느끼고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든 어느 곳에 보내기 시작했다면 참 많은 참여 요청이 들어온다.
학기 별로 이루어지는 상담, 적응의 기간이 끝나고 적응파티, 가을 운동회, 부모 참여 수업(아주 다양함), 부모 힐링 수업, 아이와 관련된 교육 수강 등
아이가 둘인 나로서는 2배의 참여가 필요했다.
동시 참여하는 상황이면 아빠도 함께 동원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많지만 우리 집은 메인 참여는 '나'이다)
상담이나 필수 참여, 부모들이 함께 많이 참여하는 수업은 되도록 다 참여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부모 봉사와 같은 참여 수업은 최대한 스킵했다.
여력이 안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없었다.
내 아이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반 아이들을 함께 챙기며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찔했다.
그러다 그날 들어온 공지는 그냥 보자마자 내가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러웠지만, 날짜도 바로 다음날이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지금이 내가 해야 할 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부모 직업 소개'.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직업을 소개해 줄 부모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다.
잠깐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직업이나 하는 일을 설명해 준다고 적혀있었다.
아무래도 업이 직업상담, 창직(미래직업), 기업채용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우리 아이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해 주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았고,
우리 아이에게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듯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 아이에게 해낼 수 있다는 간접 경험을 주고 싶었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높고, 완벽성이 높다 보니 쉽게 포기하거나 시시하다는 변명으로 시도하지 않으려는 모습들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기를 원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만든 피피티에는 나의 직업만을 소개하지 않았다.
난 기본적으로 N잡러이니까, 직업들을 설명하고 직무 중심으로 하는 일을 서술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 변화에 따른 직업을 만들기 위해서 아이들의 관심사로 미래 직업을 유추했고,
추후 아이들이 가져야 하는 관점들 노력들을 이야기해 주고 마무리를 했다.
이러한 준비 끝에 아이에게는 엄마가 어린이집을 간다는 것을 알리고, 엄마가 떨리니 응원을 요청하며 준비의 과정을 함께 느끼도록 했다.
아이의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땐, 아이는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었다.
분명 수업으로 긴장한 건 나여야 할 텐데 말이다^^;;
다행히 아이의 친구들은 재미있게 참여하고 질문도 많이 했다.
우리 아이는 부끄럽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보다.
아이는 긴장한 엄마가 실수하지 않도록 본인이 더 긴장하며 숨죽여 잘 끝나기를 빌고 있었다는 선생님의 후기였다.
이후 아이에게 떨렸지만 열심히 준비했고, 친구들도 선생님도 고마워하는 그날의 상황을 나누었다.
아이도 자신이 느낀 엄마에 대한 느낌들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우리 둘 모두 새로운 어떤 활동에 두려워서 피하기보다 과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남들 앞에서 하는 강의나 수업은 말로 먹고사는 나에게는 어렵지 않은 작업이다.
그런데 아이가 그것을 보고 느끼고,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그 어떤 것이다.
그 어떤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뭉클함, 저릿함, 울컥함 그런 것들.
늘 모든 것을 말로 알려주기보다, 행동으로 알려주는 것을 추구하는 나에게
이번 활동은 나의 교육관에 가장 잘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삶에 대한 가치, 방향, 인식을 내 삶에서 조금 더 느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