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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들리 Apr 19. 2023

고객은 항상 옳다

#디자인회사 경영기


“고객은 항상 옳다.”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의 눈을 바라보고 다시 한번 “고객은 항상 옳다.” “.....” 대답을 강요하는 듯 힘주어 반복된 말에 나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민경 고객은 항상 옳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고객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옳다는 말인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해하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비즈니스라는 링 위에서 결전에 의지를 불태우며 전심전력하는 내 머리 위로 코치가 감정 없는 표정으로 흰 수건을 힘차게 내던져 땀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수건을 망연히 바라보는 심정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숨소리는 점점 커져 머릿속까지 멍하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사업 시작 전 준비과정에서부터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등을 겪고 있을 그 시절 마음의 중심점을 다른 곳에 찍어 주기도 하고 다른 출구도 있다고 한곳만 바라보며 고집하지 말라는 직언을 하기도 하는 조력자가 있었다. 그 조력자가 내게 강요한 '고객은 항상 옳다'.


“어떻게 고객이라고 해서 늘 옳을 수가 있나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받아들일 수 없어요. 협업을 통해 서로가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갑과 을, 종속의 관계로만 생각하고 와라 가라, 해라 마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글쎄다.”

갑의 횡포를 묵인해 주는 패배의식에서 오는 자세 아닌가요?”

“현명한 네가 모르지 않을 것 같은데. 좀 더 생각해 봐.”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감정의 미로를 벗어나고 싶다는 답답한 마음에 거칠게 운전을 했다. 무언지 모를 패배의식이 겹겹이 몸을 휘감았다. 갑이 정한 시간에 이유 불문 방문해야 하고, 자신의 개인적 취향에 의한 단순 변심으로 수정을 수없이 요청하고 이 모든 것을 당연하다는듯한 태도는 정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권위 의식으로 타사 직원들에게 막말을 한다고 해도 무조건 옳다고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말인가?


상황보다는 감정에 대한 답부터 찾고 싶었다. 원인 모를 패배의식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가? 무엇이 패배 의식을 만들고 불쾌 감정을 만드는 것일까? 신호 대기에서 흐르는 빗물을 멍하니 보았다. 패배했다는 것은 승패가 있는 승부 싸움이다. 그렇다면 나는 비즈니스를 승부 싸움으로 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랬다. 나는 일을 승부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긴장감으로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을 것이고 상대의 실수를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니 너그러움은 찾을 수 없었겠지.


잘 지키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조차 승부만을 위한 내 입장에 유리한 작전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쿵 하고 마음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늘 사람이 중심에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신념처럼 말하면서도 마음은 늘 대치의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창업 초기 창업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 묻는 분들이 있었다. 그리곤 인수 혹은 투자에 대한 생각지 않은 제안을 하곤 했다. 몇 달 사이 여러 차례 같은 일이 반복되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 제안을 받는다면 정말 기쁜 제안일 텐데 말이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차원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만한 가치를 느끼고 보았다는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때의 어리고 어리석은 나는 그렇지 못했었다.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질 수 있는 가벼운 존재로 취급당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그리고 ‘내가 반듯이 그들보다 성공하리라!’는 아집도 생겼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일 아니던가.


어쩌면 고객이 옳아서 옳다고 맞추라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고객이 입장에서 옳다고 생각는 이유를 이해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것이었던 것이다. 자신감이 바탕이 된 유연함으로 말이다. 그제야 숙제를 마친 느낌이 들었다. 주차장에서 문비바람 치던 날에 나의 감정에 비바람을 잠재워 준 지인분께 감사하다.








‘고객은 항상 옳다’에 대한 생각은 그 후에도 내게서 떠나지 않고 종종 생각을 하게 했던 과제였다.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그 과제는 숙성을 통해 조금 더 깊어졌다. ‘고객은 옳다 그르다의 평가의 대상이 아닌 어려운 도 기쁨도 함께 해야 할 파트너다’ 그리고 그 과제는 내겐 지금도 진행형이다.자를 보냈다. ‘숙제 마쳤습니다. 철없는 새내기 1센티 키워 내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바람 치던 날에 나의감정에 비바람을 잠재워 준 지인분께 감사하다.

‘고객은 항상 옳다’에 대한 생각은 그 후에도 내게서 떠나지 않고 종종 생각을 하게 했던 과제였다.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그 과제는 숙성을 통해 조금 더 깊어졌다. 그리고 그 과제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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