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아니스트>를 보고
넷플릭스에서 오래된 영화 <피아니스트>를 보았다. <피아니스트>는 세계 2차대전 당시 독일이 폴란드를 침압하여 벌인 유대인 탄압과 학살과정, 그리고 실존인물이었던 유대인 피아니스트 '브와디스와프 슈필만'의 생존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에서 '슈필만'은 실력있는 피아니스트이며 다소 섬세하고 유약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남성적인 면모를 많이 갖춘 동생보다 더 현실을 잘 파악하고 그의 가족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여러가지 조치를 먼저 취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 상황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가족들과 스스로를 지켜나가려고 노력한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으로 꽤 긴 영화이다. 하지만 지루하지않고 '슈필만'이 과연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계속 찾아오는 위기를 극복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특히 주연배우 '애드리언 브로디'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슈필만'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쭉 지켜본 것 같다.
영화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정을 자세히 그려낸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잔인하게 다가온다. 유대인들은 어느 날과 똑같이 생활을 하다가 하루아침에 나치에 의해 유대인 마을로 격리한다. 이후 기본적인 인권이 없어지고 밥을 못먹어서 굶어죽거나 이유없는 폭행, 살인을 당한다. 상상을 해보면 너무나 황당할 것 같다. 나는 군인도 아니고 평화롭게 일상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일반 시민인데, 갑자기 나치에 의해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박탈당하고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는 삶을 살아야 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절망스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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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나쁘다. 방어하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자신의 이권을 위해 공격한 전쟁은 어떤 핑계를 갖다부쳐도 나쁘다. 전쟁을 일으키는건 지도자이지만, 실제로 전투에 나가서 죽는 사람은 일반병사이고 민간인이다. 전쟁을 결정한 사람은 죽지않고, 애꿎은 병사들과 민간인만 죽는다니 얼마나 모순적인가. 만약 전쟁을 결정하는 지도자가 전쟁의 최선봉에 서야된다면 쉽게 전쟁을 결정할 수 있을까? 만약 푸틴이 안전한 크렘린 궁 안에 있는게 아니라 자신이 우크라이나 전선 최선봉에 서서 전쟁에 참여한다면 이렇게 전쟁을 쉽게 결정하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의 실존적 죽음은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 나와 다른 민족,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는 전쟁상황 등등의 이유로 전쟁이 사실 지금 일어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피해받고 희생되고 있는지 현실감이 없다. 하지만 <피아니스트>의 영화에서 보여준 것 처럼 아마 우크라이나-러시아에는 많은 민간인들이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받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전쟁은 이제 없어져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