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사랑읽기
서래(탕웨이)는 해준(박해일)을 아낀다. 그녀의 두번 째 남편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해준의 녹취파일을 듣고 정안(이정현)에게 전화를 걸어 둘의 과거 사이를 폭로하려고 한다. 서래는 해준을 좋아하기 때문에 정안이 둘의 과거를 알고 이혼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서래는 그렇게 해준을 갖는 길을 택하지 않는다. 해준이 자신으로 하여금 한번 더 붕괴되지 않기를 바란다. 해준을 지켜주기 위해서 서래는 한번 더 살인을 저지른다.
서래는 자신이 붕괴되더라도 사랑하는 이가 붕괴되기 전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해준이 버리라고 한 휴대폰을 다시 해준에게 주며 재수사를 하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진다. 서래는 말한다. "난 해준씨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었나봐요. 벽에 내 사진 붙여놓고 잠도 못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해요"라고. 자신의 목숨을 던지면서 해준이 붕괴 이전으로 돌아갔으면 하지만, 또 자신을 잊지말고 미결사건처럼 계속 생각해줬으면 한다. 이중적인 마음이지만 절절하다. 자신의 몸을 던지지 않고 미결사건으로만 남으려고 했다면 이기적으로 봤을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자기희생이 먼저 왔기에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주고 싶다.
해준 또한 본인의 평소 성격처럼 사랑 앞에서 지저분하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지저분하지 않다. 자신을 사랑이란 감정으로 이용한 서래를 경찰이란 권력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자신이 서래를 사랑했음을 인정하고 붕괴됐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그녀의 사랑은 무죄를 받기 위한 연기였기에 이 또한 인정하고 이포로 내려간다.
<헤어질 결심>은 안개처럼, 서래의 말투처럼 오묘하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직선으로 들어나는 경우가 드물고 그들의 생각을 읽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래서 여운이 많이 남는다. 어떤 영화는 관람 후 특정 장면, OST 혹은 스토리 등이 생각이 나는 반면 <헤어질결심>은 등장인물들이 생각이 많이난다. 직선적이고 명확한 것이 넘치는 세상에서 삶의 또 다른 한 부분인 안개를 본 느낌이다. 자신의 자부심,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해준과 서래처럼 바라는 것 없이 내 것을 내려놓고 사랑하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