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철학스승님은 종종 말씀하신다. 혼자서 스스로를 바꿀순 없다고. 내 삶을 변화시키는건 타자뿐이고 삶을 바꾸고 싶으면 타자를 만나러 나가야된다고 말한다.
이 말이 어떤 뜻인지 경험을 통해 나는 알고있다.
살면서 내 삶이 크게 바뀐 적이 몇번 있었고 그 변화를 만들어준건 타자였다.
첫 번째는 대학교때 창업을 했을때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대학교 3학년때 창업을 했었다. 나는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적에 맞춰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을 했었다. 부모님은 1분은 예술(탈춤)을 하시고 한분은 자영업을 하신다. 주변 친척들도 사업을 하는 사람이 없었고 나도 야심이 크지 않아 사업에 대한 꿈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 가장 친하게 지냈던 동아리 친구가 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종종 내게 자신의 꿈인 사업이야기를 했다. 그러던 와중에 평소에 알고 지냈던 동아리 선배가 창업 아이템이 있다고 공유해줬고 같이 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사업에 관심이 없었기에 별 생각이 없었지만 친구가 자기는 참여하기로 했다며 나도 같이 하는게 어떻냐고 제안을 했다. 그 전까지 평범하게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는 길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친구의 계속되는 제안에 나도 솔깃하고 흔들렸고 결국 친한 친구와 함께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사업에 참여하게됐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 학생창업은 약 4년정도 함께 했고 투자도 40억을 받으면서 꽤 제대로 된 회사운영을 한 경험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스타트업 투자 업무를 하고있다.
두 번째는 앞서 창업했던 일에 연장선상의 일이다. 친구와 내가 창업을 하기로 결심을 했지만 휴학을 하고 할 생각은 없었다. 창업 아이템은 정해졌지만 사업 초반이라 크게 할 일이 없어보였고 휴학까지 하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 비는 시간에 창업을 준비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3학년 2학기 등록금을 미리 납부해놓고 개강 첫주에 친구와 함께 선배 창업가 한명을 만나러 갔다. 그때 우리 하고있던 창업동아리 강연에 연사섭외를 하려고 찾아간 것이다. 이때 만났던 창업자가 '박광철'이라는 창업자다. 그는 학생때 김치공장을 창업해서 꽤 많은 매출을 올리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창업자였다. 그는 우리를 만나자마자 약간은 시니컬하게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저는 창업동아리 안 좋아해요. 창업은 동아리로 할 수 있는게 아니에요. 본인이 가진 많은 것들을 걸어야되고 올인을 해야 될까말까한 일이에요. 근데 창업동아리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그냥 동아리 활동하는 것 처럼 장난치다가 끝나죠. 그냥 창업하는 흉내만 내는 것이에요. 대부분 스펙쌓기용, 혹은 흉내만 내다가 다들 취업으로 돌아가죠." 이때 박광철 대표의 말을 듣고 우리는 벙쪘다. 마치 우리에게 하는 말 같았다. 우리도 창업을 한다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사실 큰 각오나 우리가 가진 것들을 걸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면서 빈 시간에 하려고 했고 하다가 잘 안되면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 말을 듣고 우리는 우리가 하려는 창업의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아무것도 걸지 않고 창업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우리도 박광철 대표의 말처럼 단지 창업 흉내내기만 하고 있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우리를 스쳐갔고 우리는 박광철 대표를 만나고 온 바로 다음날 학교에 휴학신청서를 제출하고 제대로 사업준비를 했다. 그때 만약 박광철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휴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정도의 리스크를 져야된다고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박광철 대표를 만나 우리는 휴학을 했고 시간이 많아진 우리는 사업준비를 더 많이, 착실히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빠른 시간내에 진도를 나갈 수 있었고 성과를 하나씩 만들어갈 수 있었다.
세 번째는 현재 만난 철학스승님이다. 스승을 만나서 철학을 공부한지 이제 1년 조금 넘었다. 그 전까지 나는 자본주의 속에서 허덕이며 살고 있었다.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적지않은 연봉을 받고 있었고 많지는 않지만 아껴서 모은 돈도 꽤 있었다. 하지만 나의 불안과 답답함, 우울함은 가시지 않았고 날이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가끔은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을 했고 삶에서 기쁨은 점점 줄어들어 형체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불안 속에서 좀비처럼 삶을 살다가 '철학흥신소'라는 곳을 알게되어 철학수업을 듣고있다.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쳐주는 스승은 단지 이론이 아니라 철학적인 삶, 인문적인 삶, 기쁨의 삶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말로써 알려준게 아니라 삶으로써 보여줬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자본주의의 삶, 돈을 쫓는 삶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다소 가난하지만 그 전보다 훨씬 기쁘고 역동적인 삶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스승을 만나고 나서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많은 생각과 가치관이 바뀌었다. 직장생활, 돈에 매몰되어 불안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쁨을 찾아서 여러가지 일들을 경험해보고 시도하고 있다. 슬픔을 주는 관계에서 벗어나서 내게 기쁨을 주는 관계를 만들고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돈이 가장 중요하고 내가 느끼는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끝이 없었다. 내가 직장인으로 벌 수 있는 돈이 한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더 벌고 모아도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직장생활이 내게 안맞아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오히려 악착같이 더 버텨서 이 직장에 나를 맞춰야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승을 만나고 철학을 배우면서 이제는 더이상 안 맞는 옷을 내게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안 맞는 옷에 나를 끼워맞추니까 내 삶이 기형적으로 변해있다고 점점 느끼고 있다. 아직 결심과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퇴사를 계속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 또한 고되고 힘들 것이지만 지금이 정답이 아니라면 다른 시도를 해봐야된다. 지금 있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봤다면 이제는 떠나도된다. 그래야 다른 마주침을 만날 것이고 다시금 내 삶이 열릴 것이다. 이러한 생각과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스승을 만나서 가능했다. 특히나 내가 삶아온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매우 큰 일이기에 나 혼자서는 절대 하지 못할 생각과 결정이었을 것이다. 돈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직장생활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는 절대 혼자서 변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삶이 변화한다는 것은 내가 걸어가던 길에서 벗어나서 다른 길로 가는 것이다. 변화정도에 따라 그 길은 내가 걷고있는 길 바로 옆에 있던 길일 수도 있고 정말 정반대의 길일 수도 있다. 우리가 혼자서 원래 걷던 길을 벗어나 다른 길을 걷는건 쉽지 않다. 나이가 들고 삶이 고착화되고 두려움이 많아질수록 원래 걸어가던 길을 벗어나는건 더욱 어렵다. 원래 걷던 길에서 나를 벗어나게 하는건 타자다. 내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타자다. 그래서 삶이 변하고 싶다면 타자를 만나러 나가야된다. 내게 기쁨을 주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게 기쁨을 주는 타자를 만나야된다. 그 타자를 만났을때 내 삶이 조금씩 기쁨으로 바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