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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Nov 07. 2023

조건을 따지는 사랑의 문제

사랑에 관하여

오랜만에 친구 규리를 만났다. 우리는 이런저런 근황이야기 후에 자연스럽게 연애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규리가 말했다. 자기는 명문대 졸업자, 소위 '연고대' 이상의 남자만 만날거라고.


이 말을 듣고 며칠간 생각을 해보았다. 조건을 따지는게 문제인가? 명문대 졸업생을 만나고 싶은건 개인의 취향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에도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부자 애인, 건물주 애인만 만난다고 하는 것도 취향의 차이지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조건을 따져서 연애를 하는 것은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건 조건을 따진 그 본인에게 문제 혹은 불행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조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정말 자기가 좋아할만한 사람이 나타나도 놓칠 수 있고, 그런 사람을 만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면 된다. 학벌을 따지는 규리 앞에 학벌빼고 외모와 취향이 자신의 스타일이고 대화마저 잘 통하는 민근이 나타났다. 하지만 규리는 자신이 정한 학벌조건 때문에 민근과의 썸 혹은 연애를 시작도 하지 않고 관계를 끊어버렸다. 규리는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도 있었던 민근과의 사랑을 놓쳐버린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규리는 학벌을 중요시여기기 때문에 민근에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과연 그럴까?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랑의 감정은 한가지 조건이 필수요건인 경우는 많이 없다. 사람은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고, 한사람이 가진 다양한 매력 중 하나라도 발견하게 되면 누구든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상형이 아닌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것에서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민근이 연고대 졸업자가 아니라고 해서 규리가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맞지 않다. 


두 번째 문제는 사랑의 시작이 자신의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 그리고 남자친구가 명문대 출신이라는 허례의식 때문이다. 규리는 학창시절에 자신이 가지 못한 연고대에 대한 로망과 자신은 주변 지인들에 비해 학벌이 낮다는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지인들에게 자신의 남자친구는 명문대 출신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자신의 컴플렉스를 타인의 조건을 통해 극복하려고 시작한 사랑,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시작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으로 이어질까? 조건이 우선시 된 사랑 혹은 조건으로만 시작한 사랑은 껍데기 뿐일 사랑이 클 것이다. 사랑은 껍데기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쁨을 서로 주고 충족되었을 때 유지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규리는, 자신이 정한 조건을 벗어난 한 남자를 만났을 때 진정한 사랑을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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