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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Nov 23. 2024

미화된 안부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당신에게 빠져든 건 순간이었고 사랑이 풍덩 빠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물드는 거라던데 나는 그저 좋아서 무작정 뛰어들었다 다른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어 뭐가 중요하겠어 당신만 중요하지 그렇게 당신과 나는 깊은 바닥까지 내려갔고 마음과 마음이 진흙처럼 엉겨 붙었다 사랑을 주는 것도 사랑을 받는 것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당신만 중요하다면서 내 마음만 막무가내로 꺼냈다 그래서 바닥엔 나 혼자 남았다 우리 바닥이더라도 같이 딛고 일어서자고, 당신의 그 깊은 슬픔과 우울을 내가 보듬어주겠다고 그렇게 당신에게 손 내밀었는데 같이 일어서지도 같이 주저앉지도 못했다 덕지덕지 붙은 진흙 같은 마음들을 어쩌지 못하고 툭툭 흘리면서 나 혼자 도망쳤다 그러다 생각나면 말라버린 마음 조각을 떼어냈다 그게 사랑이었다, 착각하면서 아름다운 꽃잎인 것처럼 예쁘게 포장해서 천천히 오래오래 흩뿌렸다 떼어낸 마음자리엔 피가 흐르고 미화된 조각들이 날아가고 이렇게 당신을 또다시 소환시키고 할퀴어 상처 내고 나는 나만 아프다고 운다 당신이 만신창이가 된 줄도 모르고


당신의 안부를 이렇게 각색한다

당신이 무심하게 나를 본다


이제 그만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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