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배운 결혼의 세 가지 진리

어긋난 사랑의 방식

by 이혼광탈녀

나는 악성 곱슬이다. 머리가 아니라 인생이 구겨진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가만두면 마치 추노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머리가 된다.


미용실에 오래간만에 방문해 파마를 했다. 미용실 여자 원장님은 나에게 물었다.

“결혼했어요?”

이 질문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걸까. 이혼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난감하다. 2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은 질문이다. 에라, 모르겠다.


“이혼했어요.”

“어머, 미안해요.”

“괜찮아요. 이제는 좀 편안해졌어요.”


미용실 원장님은 5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자녀가 22살인데 30대 중반쯤 결혼하셨다고 했으니까 얼추 비슷해 보인다. 그녀는 나에게 여러 결혼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제가 세상의 진리를 하나 알려드릴까요? 내가 미용실에서 듣는 말이 얼마나 많았겠어~!”

“네, 알려주세요.”

“사람은 절~대 안 바뀌어. 무슨 수를 써도 안 바뀌어. 아니면 그냥 아닌 거야.”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의 진리였기에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그 뒷말이 더 감명 깊었다.


내가 나를 바꿀 수 있어? 잠깐은 바뀌나? 나도 나를 못 바꿔. 근데 내가 어떻게 남을 바꾸겠어. 아니다 싶으면 그냥 아닌 거야. 너도 나도.


앗. 내가 성급한 결론을 또 내렸구나. 가슴에 불로 글을 새긴 것처럼 확 와닿았다.


미용실 원장님은 다섯 살 연하와 20년이 넘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자녀 때문에 꾸역꾸역 결혼 생활을 이어왔지만, 속은 새까맣다고 했다.


“그 인간이 사고를 많이 쳐서, 쥐 죽은 듯이 살고 있지. 딸들 때문에 지금까지 같이 사는 거지.”

생각보다 그런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미용실 원장님은 비장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

두 번째 진리였다.

“내가 더 중요한 진리 말해줄까요? 내가 미용실 하면서 젊은 사람들, 나이 많은 사람들 다 이야기해 봤잖아요. 근데 또 하나의 진리를 발견했는데 기가 막혀요!”


기대된다. 미용실 원장님 말솜씨는 정말 대단하다. 나는 비전문가지만 상담 경력이 풍부한 사람으로 미용실 원장님과 무속인을 꼽는다.


file_00000000e1e872088196ce6e17d117ef (1).png AI생성 일러스트 사용


“뭔데요?”
(이번에는 기대해도 괜찮겠지?)

“남자를 강아지로 생각하면 돼. 이쁘다 이쁘다 하잖아? 더 잘하려고 해! 우쭈쭈 하잖아? 더 하려고 해!”


순간, 뭔가 대단한 철학이 나올 줄 알았던 내 기대가 조용히 접혔다.


“아,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그걸 못했던 것 같아요. 전 너무 무뚝뚝하거든요. 칭찬을 거의 해본 적이 없어요. 강아지를 키우면 달라질까요?”

“아… 그래? 그럼 강아지 키워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결혼 생활을 잘하려면 ‘칭찬’을 잘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공감한다. 행동심리학에서는 ‘강화’라는 개념이 있다. 보상이 주어지면 행동은 반복된다. 칭찬은 가장 쉬운 강화다. 문제는, 나는 그 가장 쉬운 강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칭찬을 잘하지 못한다. 그리고 칭찬을 들으면 쑥스럽고, ‘이게 진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말로 사랑을 요구받을 때마다, 나는 시험을 보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사랑해”, “넌 나에게 소중한 존재야”라고 말하는 건 마음에 어떤 미동도 주지 않는다. 분리수거를 하나라도 버려주고, 장난감을 10분이라도 정리해 주는 것이 나는 더 고맙다.


그런데 상대방은 다를 수 있다. 상대방은 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뭐가 더 좋은 건 없다. 다만 잘 맞으면 좋을 뿐이다. 말을 중요시하는 사람들끼리, 혹은 행동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끼리.


나의 경우,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는 ‘말’이었고 나는 ‘행동’이었다. 그냥 사랑의 언어가 달랐던 것이다.


미용실 원장님이 마지막 세 번째 진리를 하사하셨다.


“내가 준 만큼 돌려줘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싸우고 이혼하는 거예요.”


“내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면 어떤가요?”

“그럼 더 행복하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나 묻지 못한 질문이 마음에 걸렸다.

“그럼 받은 게 없을 때는요?”

아니다. 아직 나는 수양이 부족했나 보다. 그래도 나는 무언가를 받았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내가 기대한 방식이 아니었을 뿐.


내가 이제 다시 나에게 질문해야 할 때가 왔다.

나는 다시 줄 수 있을 만큼 회복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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