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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 eden Dec 16. 2020

호로록 국수

한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눈다는 건

"식구란 말여, 같이 밥 먹는 입구녕이여."


남편, 아이와 나란히 앉아 호로록거리며 국수를 먹다 보니 영화 '비열한 거리' 대사가 떠오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 식사를 챙기고 한참 후에야 겨우 밥을 뜰 수 있었는데 어느새 겸상이라니. 육아의 하루하루는 더디게 흘러가는 듯한데 이런 순간들마다 '언제 이렇게 컸지?' 새삼 놀라며 시간 참 빠르단 걸 실감한다. 우리가 '세 식구'가 됐다는 사실도 함께.


멸치육수에 채 썬 애호박과 당근을 넣고 익을 때까지 팔팔 끓이다가 바지락을 넣고 또 한 번 끓여낸다. 육수 한 국자를 덜어 삶아놓은 아이 국수에 말아주고, 소금 간을 하는 대신 김을 뿌려 짭조름한 맛을 더한다. 우리가 먹을 육수에는 국간장과 소금으로 실컷 간한다. 좀 짜다 싶어야 국수를 말았을 때 알맞다.

국수만으로는 조금 아쉬우니 만두를 쪄내고, 아이용으로는 미리 빚어둔 굴림만두를 끓는 육수에 익혀 낸다.


세 입구녕이 함께 호로록 국수를 빨아들이니 배도 마음도 부르다.





[이든 밥상]

바지락국수. 굴림만두. 백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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