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
넌 벌 받아야 해. 내가 없는 세상에 사는 벌.
"헤어지자. 내가 써준 편지 내놔."
한 아름 편지들을 들고 집에 도착했다. 안심했다. '내 맘을 돌려받았어. 난 잃은 게 하나도 없네.'
사람들이 자꾸만 내가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거야. 그들의 소망이 덕지덕지 붙어서 떨어지질 않아. 내가 나쁜 거 알아. 이게 싫은 거야. 자꾸만 내가 나쁜 사람이 되게끔 만들어. 그저 사는 나에게 자꾸만 행복하라고 하잖아! 그게 잘못된 건지 사람들은 모르나 봐. 그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인 건지.
파타는 기대보다 확신을 사랑했고 기대라는 말보다 인정이 필요했다. 그렇게도 깊이 숨겨진 기대는 아무도 알지 못했고 심지어 파타 자신도 기어코 눈물이 일렁일 때 저쪽 깊이 보이지도 않았던 기대의 존재를 겨우 인지한다.
"나에게 기대. 나에겐 강한 척하지 않아도 돼."
"강한 척이 아니라 정말로 강한 거라면?"
"그런 인간은 없어."
"그게 나야."
'이 선을 넘으면 물어버릴 거야.'
그녀는 물음표를 좋아한다. 부드러운 곡선과 그 밑을 받쳐주는 단단한 마침표까지. 어쩌면 모든 물음표를 자신에게 돌려 안고 있기에 타인을 위한 재고가 남아 있지 않은 걸 수도 있다. 남아 있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고, 그녀는 내어줄 생각이 없다고 했다.
"예열 중일 때 어중간하게 달리지 마라. 달려야 할 때 달리고,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알고, 경고가 울리기 전에 재정비하고, 예열 중일 때는 모든 기회를 뒤집어 보는 거야. 그리고 끝이 났을 때는 아까워하지 않고 모든 걸 제자리에 두고 오겠다고 약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