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홍련
기이하고 아름다운 집에서 펼쳐지는 끔찍한 이야기.
처음엔 공포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다 보고 나니 지독하게 슬픈 영화였다.
이병우의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라는 곡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 중 하나여서 10년 가까이 들어왔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이 곡의 제목이 왜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인지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모두 수연의 죽음에 책임이 있었지만, 죄의 경중과 상관없이 모든 죄책감을 떠안고 가장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건 수미였다. 누군가를 잃음으로써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가장 책임이 큰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가장 사랑했던 사람일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염정아의 꺼림칙하고 기괴한 표정 연기는 단연 최고였다. 처음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인줄 착각할 만큼 미장센이 훌륭했고 빛과 어둠을 정말 잘 쓰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유독 옛날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영화 속 화면 구도와 기법이 요즘은 볼 수 없는 색다른 기법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요즘 영화보다 수십 년 전 작품을 볼 때 더 신선하고 새로운 매력이 느껴지곤 한다.
유독 여운이 한동안 깊게 남았던 영화. 워낙 영화 초반부부터 트리거를 곳곳에 설치해 두었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면서 연결 요소들을 찾는 것도 재밌을 것 같은 작품이다. 역시 한번 명작은 영원한 명작, 오랜만에 정말 잘 만든 웰메이드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어 꼭 글로 남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