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상처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고양이었다.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났다.
기억도 안 날 어린 시절부터 사람을 싫어했고 멀리했고 의심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혼자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며 내게 가족, 친구, 연인 따위는 그다지 필요치 않았다. 그렇기에 늘 인간관계에 미련 또한 없었다. 고양이는 사람이 다가오면 날카롭게 발톱을 세우고 경계하지만 그건 꼭 성격이 나빠서라기보다는 겁이 많아서라고 보는 게 맞을 거다. 내가 사람이 싫었던 이유도 어쩌면 그들이 내게 상처가 되고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겁쟁이다. 상처받는 게 죽도록 무서운 겁쟁이. 그래서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벽을 치고, 모진 말들을 내뱉어버린다. 관계의 시작도 전에 늘 끝을 본다. 가장 친하고 소중했던 이가 어느 날 갑자기 내 곁을 훌쩍 떠나버려도 나는 이유 한번 묻지 않고 그들을 놓아주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그들이 날 떠나가는 순간에도 언젠간 이럴 줄 알았다며, 영원한 건 없으니 당연한 수순이라며 슬퍼하는 동시에 깊게 안심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마음을 다 주지 않길 잘했다고.
그렇게 나를 지키고자, 상처받지 않고자 만든 방패가 오히려 창이 되어 누군가를 찌르기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렸다. 너무 늦어버렸지만, 이젠 기억도 안 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언젠가 한 번쯤은 꼭 사과하고 싶었다. 내게 상처받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철없고 못되고 이기적이었던 겨우 이런 나로 인해 상처받았다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나는 그 누구에게도 상처 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당신은 나로 인해 상처받을 어떠한 이유 또한 없었다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쉽게 용서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나를 후회하고 있으니 당신도 언젠가 모든 걸 잊어버린 채로, 그냥 지나가듯이 가볍게, 나를 용서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