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하린 Feb 22. 2024

우리가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끼는 이유

건축과 심리- 공간확보를 위한 몸부림 


여유와 낭만 가득한 유럽의 풍경

첫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스위스로 향하는 기차 안 사람들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차 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어폰이나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인으로 보이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의 지하철 풍경

가끔 지하철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관찰하곤 한다. 지하철 속 사람들은 항상 바빠 보인다. 노트북을 열심히 두드리는 이도, 핸드폰을 보는 이들도, 통화를 하는 이들도 모두 하나같이 귀에 무언가를 꽂고 자신만의 세계에 집중한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우리가 왜 지하철이나 카페, 심지어 집에서도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악에 진심이라서? 유독 흥이 많아서? 그것도 아니면 책 읽을 여유 없이 다들 바쁘게 살아서? 답은 이미 위에 나와있다. 



우리가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끼는 이유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땅이 좁다. 대부분 일정하게 구조화된 형태의 가성비 높은 구조의 집에서 사는데 심지어 혼자 사는 집이 아닌 이상 3-4평 남짓한 자신의 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야말로 자신만의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새로운 집을 사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는 힘들어도 청각적 자극을 통해 우리는 잠시라도 외부의 방해가 없는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는 있다. 


그렇다. 우리가 이어폰을 꽂는 이유는 바로 자신만의 공간 확보를 위한 발버둥이었던 것이다. 자신만의 공간 확보를 위한 흔적들은 다른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오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엄청난 수의 카페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수많은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서울 어디를 가나 500m마다 하나 꼴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카페에서 우리는 각자 이어폰을 꽂고 나만의 세상에 빠져 업무를 보기도, 공부를 하기도, 웹서핑을 하기도 한다. 집에서는 집중이 안 돼서, 방해요소가 많아서 등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갈 곳 없는 이들은 모두 집 앞 카페로 향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유독 카페가 많은 것 또한 공간확보를 위한 우리네들의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물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추구미는 무엇입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