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심방세동), CHF(만성 심부전)가 있는 허리 굽고 눈꼬리가 살짝 쳐져 있고 피부가 백옥 같은 할머니였다.
간호, 간병 통합 서비스 병동(보호자가 없는 병동, 즉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한 팀이 되어 환자를 돌봐주는 서비스를 이른다.
본래 포괄 간호서비스로 불리다가 2016년 4월부터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로 명칭이 변경되었다.)에서 치매가 있어서 우리 병동으로 전동 오셨다.
할머니는 자기 자리가 넓고 조용해서 마음에 쏙 든다고 내가 병실에 들어갈 때마다 말했다.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때 할머니는 혼자 화장실을 가겠다고 어기적어기적 나오셨다.
주저앉을 것 같아 워커 바를 가져다드리고 화장실까지 모셔다드렸다.
할머니는 고맙다고, 고맙다고 등을 토닥여 주셨다.
내가 판단하기에 옆에 보호자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할머니! 혹시 오늘 누가 오시기로 했나요?”
“우리 딸내미가 오기로 했어요.”
“몇 시쯤 오시는지 아세요?”
“언제 오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오기로 했어요.”
“음.. 그럼 할머니 딸이 오기 전까지 도움이 필요하면 여기 빨간색, 간호사 호출 벨을 누르세요!”
“예 고맙소..”
일하다가 마음에 걸려 할머니가 잘 계시나 병실에 자주 들어가게 되었다.
밥시간이 조금 지나서 어김없이 정규 바이탈(혈압, 맥박, 체온, 호흡수 산소포화도 측정)을 하러 병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놀랄 수밖에 없다.
할머니 침대 밑에는 밥그릇이 나뒹굴고 침대 난간에 두 다리가 나와 있고, 물을 드시려고 하셨는지 베개에는 물로 흠뻑 적셔져 있었다.
놀래서 다리부터 침대로 넣었다. 물이 드시고 싶은 거냐 물으니, 물이 먹고 싶다고 하셨다.
물을 드리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속상한 마음에 필요하면 호출 벨을 누르라고 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정말 속상한 마음에 할머니를 다그쳤다. 돌아오는 대답은
“딸 같은 자식들인데 어떻게 부르나요..”
“할머니, 저는 간호사고요. 할머니가 안 다치시고 다 나아서 집으로 가시게 도와드리는 게 제가 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밥그릇을 주우며, “할머니 밥은 왜 안 드셨어요? 입맛이 없으셔요?”
“딸 오면 주려 구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앞에 다른 간병 여사님이 말씀하시길 밥 먹으라고 해도 한 숟가락 들고 말더니, 딸 오면 줄 거라고 밥그릇에 반찬들을 꾹꾹 눌러 담더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눌러 담은 밥과 반찬을 머리맡에 두었고, 물을 마시려다가 떨어트린 모양이었다.
얼마나 꾹꾹 눌러 담았으면 침대 높이에서 떨어트려도 밥과 반찬이 그대로일까 싶었다.
나는 얼른 할머니의 베갯잇을 갈아드리고 할머니를 바로 눕혀드렸다.
여사님께 죄송하지만 딸이 올 때까지 할머니를 도와줄 수 있겠냐고 부탁드리고 병실을 나왔다.
딸은 저녁 8시가 다 되어 왔고 할머니는 반나절을 혼자 기다렸다.
퇴근 전 마지막으로 병실에 갔을 때는 할머니 주변은 다 정리가 되어있고, 이불도 반듯하게 덮고 주무시고 계셨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의 끝은 대체 어디까지 일까?
자신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보러 오는 딸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잔잔한 내 마음에 돌을 던져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든다.
그날따라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향해 괜히 “엄마~~ 엄마~”하고 불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