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

잊지 말아야 할 과거

by 하크니스

나는 자기 계발서를 주로 읽는다. 자기 계발서는 그냥 한 번에 주욱 읽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권의 책을 날마다 챕터 단위로 읽는다. 그래야 한 가지라도 적용할 것을 만들 수 있고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 실천형 책 읽기를 할 수 있다.


그와 별개로 에세이, 소설 같은 경우는 주말이나 밤에 잠들기 전 한 번에 많이 읽어나가는 편이다. 아무래도 흐름이 있다 보니 흐름을 멈추기 힘들고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소설과 에세이 완독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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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4권의 책은 과학분야 1권, 소설 2권, 에세이 1권이다. 출근하기 전에 자기 계발서 3권을 챕터별로 읽고 시간이 남으면 소설이나 건강분야 책을 읽은 후 출근한다.


자기 계발서를 리뷰하기는 무지 쉽다. 그 자기 계발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적용점을 찾고, 실천한 후 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표현하면 된다. 소설은 그렇게 딱 떨어지진 않는 것 같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 미리 구입해 뒀던 책이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이야기라고 해서 읽고 싶지 않았다. 내가 우울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읽고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집어 들었다.


무척이나 심리묘사와 상황묘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근데 한 번에 많이씩 읽진 못했다. 너무 읽기 힘들었다고 해야 할까.. 하긴, 한강 작가가 책을 쓰는 중에 꿈에서도 군인한테 쫓기고 총칼에 맞는 꿈을 꿀 정도로 이입해서 쓴 책이니. 정말 대단한 작가 같다.


우리는 정말 어렵게 얻은 아이가 있다. 와이프가 3번의 유산을 했다. 폐경에 가까운 호르몬 수치를 가지고 있었다. 난임병원에서는 가망 없단 소릴 들었고, 인공수정은커녕 난자 채취조차 되지 않았었다. 시험관은 시도도 못해봤다는 이야기다. 그런 우리가 자연임신을 했다. 이게 기적의 아이다. 와이프는 면역세포가 태아를 공격하는 질병이 있었기에(이것 때문에 유산을 그렇게 많이 했다, 한 번은 포상기태, 두 번은 심장이 안 생겨서 유산), 면역력을 낮추는 주사도 맞아가며 아이를 보호했다. 임신당뇨에 걸려 먹을 걸 못 먹고 고생했다. 천신만고 끝에 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얻었다.


단 하나의 생명도 이런 스토리가 있다. 누구나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게 소중한 것이 생명이고 사람이다. 아이가 생기니까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생명의 소중함을 더 알아간다.


5.18은 정말 여러 사람의 목숨, 그리고 남은 자들의 삶을 망가뜨렸다. 내 아이가 만약 그렇게 죽었다면? 나는 아마 살아도 산 게 아닌, 망령이 되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의 진실과 역사를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이 억울한 죽음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를 지키야 할 군인들이 군홧발과 총칼로 시민들을 짓밟다니. 억울해도 너무 억울하다. 누가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을까? 함께 고통을 기억하고 덜어줄 수 있는 것 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값싼 말 한마디로 그들을 위로할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끝까지 읽기 힘들었던 이 책.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같이 기억해 주고 슬퍼해줬으면 하는 책이었다.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자. 나는 요즘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려 한다. 그 사람도 정말 오랜 시간 공들여 큰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고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걸 항상 기억하려 한다. 내가 남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해 준 내 아이, 그리고 한강 작가의 소설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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