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출근 전 달리는 사람'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집에서 나올 때 예전에 안 좋았던 왼쪽 무릎이 조금 불편함을 느꼈었다. 왼쪽 무릎에 최대한 신경을 쓰면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했다. 페이스는 7분 30초 정도에 뛰려고 했다. 아무래도 평일 출근하기 전에 달릴 때는 잠에서 깬 직후이기도 하고, 몸이 좀 굳어서 그런지 페이스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일어나서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는데 의의가 있고, 하루 시작을 성공 경험으로 시작할 수 있어 활기찬 하루의 시작으로 러닝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은 원래 습관으로 돌아가려는 성향이 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가장 큰 적이기도 하다. 내가 러닝을 하려면 평소 기상시간보다 약 30~40분 정도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 달리는 시간이 10~15분 정도 되고, 땀을 흘리기 때문에 샤워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예전처럼 30분만 더 자고 싶을 때가 있다. 이때 일어나지 않고 그 유혹에 빠져 잠에 들면 러닝이라는 습관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단 1분을 뛰더라도 꼭 뛰려고 노력한다. 나라는 사람 자체의 정체성을 '출근 전 달리는 사람'으로 설정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정체성은 정말 중요하다. '나는 담배를 끊었어'라고 말하는 사람과 '나는 비흡연자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큰 차이가 있다. 담배를 끊었다고 말하는 사람의 정체성은 흡연자가 금연을 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비흡연자라고 말하는 사람의 정체성은 애초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둘의 정체성은 큰 차이가 있다. 달리기에 있어서 내 정체성은 '출근 전에 달리는 사람'이다. 그냥 나는 출근 전에 달리는 일이 '당연한'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작은 행동'을 계속해서 쌓으면 된다. 비흡연자라면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된다. '출근 전 달리는 사람'이면 출근 전에 달리기만 하면 된다. 어떤 속도로, 얼마나 많이 뛰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매일 출근 전에 뛰기만 하면 된다.
시간 관계상 아파트 단지 안을 뛸 수밖에 없다. 1월 중 하루는 달리러 나왔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서 400m만 뛰고 들어간 적이 있다. 다시 나가서 뛰기도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출근했다. 매일 달리기에 성공은 한 셈이지만 마음이 좀 찝찝했다. 점심시간에 점심을 빠르게 먹고 회사에 있는 배드민턴화를 신고 배드민턴 복을 입고 무작정 뛰러 나갔다. 평소에 그냥 지나쳤었던 학교가 있어 안에 들어가 봤는데 트랙이 잘 깔려있었다. 아무도 없는 트랙을 혼자 뛰었다. 꽤 괜찮은 발견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침 운동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혼자 달리고 집에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했던 아침 운동 때문에 우연히 찾게 된 좋은 러닝 코스였다. 이 날의 내게 엄청 칭찬을 했다. 아침에 뛰러 나간 나를 칭찬했고, 점심에 부족한 운동을 채우려고 뛰어나간 나를 칭찬했다. 새로운 장소에 들어가는 걸 무서워하지 않았던 나를 칭찬했고, 덕분에 찾은 좋은 러닝코스에 감사했다.
1월 설날에 가족들이 모였다. '1월 내내 꾸준히 러닝을 해서 보람차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러닝을 좋아하는 내 동생이 내게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쉬는 날에는 5~10km 정도 뛰어보는 건 어때?'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5km는 30분 정도면 뛸 수 있고, 10km는 1시간 남짓이면 뛸 수 있다. 쉬는 날에는 한 번 시간을 내서 호수공원 같은 곳을 가서 혼자 천천히 뛰면 될 것 같다. 가족을 데려가서 놀게 하고 나는 달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러면서 내 습관이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행동'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낸다. 내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짧은 거리지만 매일 뛰는 나는 '러너'가 된 것이다. 빠르지 않아도 좋다. 긴 거리를 달리지 않아도 좋다. 매일 무엇인가를 하자. 내가 하는 그 무언가가 나를 만들어낸다. 이제 2월이 다가온다. 2월부터 한 가지 '작은 행동'을 할 수 있길 응원한다.